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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8

친구들 한 일주일 전 친구들과 우리의 아지트인 종로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종로에서 만나 동대문 쪽으로 마냥 걷는다. 더러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기도 하고, 밀려오는 인파 때문에 일렬종대로 늘어서서 걸어가기도 한다. 걷는 중간중간 길가의 좌판에 진열해 놓은 화분들과 석류나 체리 같은 과일이나 나프탈렌 같은 요즘 보기 드문 소독약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순간순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얘깃거리가 된다. 산세베리아에서는 음이온이 나와서 몸에 좋다고 많이들 사는데, 뿌리가 잘 뻗은 것으로 사야지 그렇지 않으면 며칠 못 가서 비실비실 말라죽는다라던가, 석류는 이란에서 많이 수입해 온다던데 감과 마찬가지로 단석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며 여성호르몬에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특히 여자들이 많이 먹어야 된다는 .. 2006. 12. 26.
눈 온 날 눈이 왔다. 하얀 눈이 밤새도록 소복소복 내려서 걷는 발 밑에서 사박사박 소리를 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길을 걷다가 바라본 벚나무 터널이 눈꽃 터널이 되었다. 봄이면 하얗게 벚꽃이 피었다가 하르르하르르 떨어져 내리던 길, 여름이면 푸르게푸르게 녹음으로 보는 이의 눈을 싱그럽게 하던 길, 가을이면 벚나무의 단풍도 참 곱고 이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만들던 길, 어느 하루 벚꽃이 눈처럼 나리고, 또 어느 가을 하루 비처럼 나뭇잎이 나리던 길에 어제는 바람이 한번씩 불 때마다 눈가루가 떡가루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하고 탄성이 올라왔다. 눈이 와서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날.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것을 하하, 거리며 배불리 먹고 난 두 녀석들은 무장을 하고 눈싸움을 하러 나갔다. 몇 시간 지난 .. 2006. 12. 18.
누굴 닮아서...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의 대가인 작은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는 해마다 학기초면 화분을 하나씩 가지고 가서 반에다 두고 기르다가 학기말이면 다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는 그제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녀석이 낑낑거리며 저 화분을 들고 왔다. 4학년 때 사서 학교에 가져갔다가 올해처럼 방학할 때면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기르고 개학하면 다시 학교로 가져가기를 반복하던 화분이다. 맨 처음 살 때는 아주 작은 화분에 담겨 있던 2 천 원짜리 조그만 화초였다. 그러던 것이 2년 만에 저리 무성하게 컸다. 물론 집에 있을 때는 화분이 작을 만큼 커진 것을 분갈이도 내가 해주며 돌 본 화초이다. 여름 방학 때에 밖에다 내놓았더니 햇빛과 바람에게 많은 영양분을 얻었던지 쑥쑥 자라서 학교.. 2006. 12. 16.
김장 2 하루 날 잡아 시골집에 모여 김장을 해다가 먹는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 파하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길을 떠나곤 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깝다고 해서 가는 길에 김밥 몇 줄 사서 차 안에서 먹으며 가곤 했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이 바쁜 남편의 피로가 누적돼서 조금 늦게 출발했다. 격주제로 쉬는 남편이 쉬는 토요일인데도 밀린 업무가 있다면서 회사에 잠깐 다녀오고, 엇비슷한 시간에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당부에 충실하게 다른 토요일보다 빨리 집으로 들어섰다. 점심에는 고등어 한 마리 굽고, 다른 밑반찬에다가 간단히 밥을 먹었다. 밥 먹자마자 출발할 줄 알았던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서 드러눕는다. 한숨 자야 가지 이 상태로는 도저히 가지 못하겠다면서. 아이들과 나는 하릴없.. 2006. 12. 4.
겨울 나무를 보며 자동차로 길을 달릴 때면 이따금 남편에게 말했다. "담양에 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 이래." 11월이 깊을 대로 깊은 어느 저녁, 퇴근해서 들어서는 남편이 부엌에 있는 나를 숨 가쁘게 불렀다. "이리 와 봐. 얼른 와 봐. 내 좋은 것 보여줄게." 컴퓨터를 켜고서 디카 연결하더니 이 사진을 보여줬다. 전라도 쪽으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온 길이었다. "내 당신을 위해서 찍어왔지. 멋있지?" 감탄했다. 아니, 감탄해줬나? 영암에 있나? 월출산도 먼발치에서 찍어 왔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란다. 역시나 손뼉을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약간 벌려 그 사이로 감탄사를 연방 내놓으며 감격해줬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힘을 .. 2006. 11. 28.
내가 좋아하는 꽃 < 요건 친구가 찍어 온 것 하나 가져오고...... > 내 생일은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서 나뭇잎을 모조리 떨구어 버린 쌀쌀한 늦가을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터워지기 시작하고, 따뜻한 것을 찾고 그리워하게 되는. 그맘때에 꽃집 앞을 지나가다 보면 색색의 소국이 양동이 가득 꽂혀 있는 걸 보게 .. 2006. 10. 20.
안면도에서 안면도에 갔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편의 고향 친구들과 동네 뒷내에서나, 그 동네의 유명한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크다던가 하는 저수지 근처에서 놀다가 이제는 동네를 좀 벗어나서 다른 곳엘 가보자고 의견을 모은 다음 첫 번째로 움직인 곳이다. 안면도는 남편이 자주 출장을 가는 곳이다. 충청도와 전라도 쪽의 업무를 맡고 있는 남편은 어쩔 땐 내 고향 근처의 해남이니 광주니 영암, 영광을 다녀오기도 한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가끔씩 부럽다. 가장 부러웠던 것이 몇 년 전에 독일에 다녀온 것이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어서 독일 구경은 별로 하지도 못 했다고 하는데도 다녀와서는 그 사람들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몇 년 살다가 온 사람처럼 우려먹곤 했다. 남편이 자주 가는 안면도이니 만큼 남편이 안내를.. 2006. 9. 11.
숲으로 가자! - 뒷산에서 (이 사진은 맘카페에서 한장 가져왔습니다. 제가 찍으니 이런 분위기가 안 나서요...감사합니다.) 오전에 교회 다녀오고, 점심으로 떡볶이를 전골냄비로 하나 가득해서 먹고, 뒷산에 가자고 했더니 아들녀석들이 "두 분이서 오붓이 다녀오세요!"한다. 아니 벌써, 이제는 이 부모를 안 따라 다닐려고 하니 서러워라,하는 생각이 없잖아 들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때 짝꿍이 같이 가니 뭐, 그까이꺼,대충 만족하자,하는 마음으로 뒷산에 갔다. 숲은 가까워야 하고, 가까운 숲을 으뜸으로 친다고 김훈이란 글쓰는 분이 '자전거 여행'이란 책에서 말했다. 집 근처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유월의 숲에서는 '피톤치드'라는 향기가 가장 많이 나와서 산림욕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신선한 산소와 음이온, 그리고 항균.. 2005. 7. 11.
여름에 피는 꽃 - 능소화와 자귀나무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 식물이다. 옛날 우리 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 상민의 집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면 관가로 잡아가 곤장을 때려 다시는 심지 못하게 엄벌을 내렸다. 그래서 이 능소화의 별명이 '양반꽃'이라고 하니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능소화의 수려함에 비해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보면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능소화는 한자어로 능가할 능, 또는 업신여길 능(凌) 자이고 소는 하늘 소 자이고 보면 하늘 같은 양반을 능가하고 업신여길 것을 염려해서일까, 지역에 따라서는 능소화 대신 '금등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서양에서는 능소화를 '차이니즈 트럼펫 클리퍼'라고 부르는데 이 꽃을 보고 트럼펫을 떠올리는 것을 .. 2005.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