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나열함

내가 좋아하는 꽃

by 눈부신햇살* 2006. 10. 20.

 

< 요건 친구가 찍어 온 것 하나 가져오고...... >

 

 

 

내 생일은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서 나뭇잎을 모조리 떨구어 버린 쌀쌀한 늦가을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터워지기 시작하고, 따뜻한 것을 찾고 그리워하게 되는.

그맘때에 꽃집 앞을 지나가다 보면 색색의 소국이 양동이 가득 꽂혀 있는 걸 보게 된다. 꽃의 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었다는 국화. 꽃송이가 큰 대국은 장례식장을 떠올리게 해서 싫고, 꽃색이 다양하고 진한 향기로운 소국을 참 좋아한다. 특히 자줏빛 소국화. 그걸 아는 사람이면 나의 생일에 꼭 자줏빛 소국 한다발을 들고 왔다. 나의 연인이었던 지금의 남편이 그랬고, 그 이전에는 나의 단짝이었던 중성적 기질이 다분했던 친구가 그러했다. 내가 흐뭇하게 웃을 걸 알고 그러했겠지......

 

 

 

 

< 요건 나의 솜씨이고...... >

 

 

 

소국과 더불어 분홍빛의 패랭이꽃도 참 좋아한다. 어디 가다가 우연히 패랭이를 발견하면 꼭 가던 발길을 멈추고 한참씩 들여다 보았다. 시골에서 우리집 옆길을 따라 동네 뒤의 저수지를 지나 솔밭을 지나 우리밭에 가다보면 솔밭가에 피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곤 했다. 그때는 그냥 아, 이쁘다,하고 보던 꽃인데, 도시로 나와서 이 꽃을 우연히 보면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이 꼭 우울하고 슬프지만은 않았던가보다. 이렇게 애틋하게 시골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어찌 생각하면 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그 시절이 퍽 좋기도 했던가보다. 말투가 무뚝뚝하고 잔정이 없던 할머니였지만 할머니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였다. 친정엄마에게는 너무나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지만 엄마와 말이 통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할머니와는 어떤 부분에서 생각하는 것이 참 비슷했다. 어떤 사물에 대해서, 어떤 일에 대해서......

 

이담에 이담에 울엄마를 떠올릴 때면 어떤 꽃과 더불어 떠올리게 될까. 엄마는 아마도 꽃이 아니라 열매로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산수유의 붉은 열매일까, 구린내 잔뜩 풍기는 은행 열매일까, 향기가 너무 진해서 역한 느낌마저 드는 산초의 열매일까. 엄마는 산수유의 열매를 잔뜩 따와서 내게 술 담그라고 내밀고, 구린내 나는 은행의 겉껍질 채 담궈야 약이 된다고 겉껍질 채 술을 담궈서 가져 오고, 향기가 너무 진해서 마실 때면 화장품을 마시는 듯한 산초주를 담아서 가져 오신다. 아, 엄마마저 신랑과 더불어 내가 애주가의 길을 걷는데 일조를 하는구나!

 

 

 

 

 

<요건 신기해서 어디서 한 장 돔바왔다. >

 

 

꽃의 신이 맨처음 만들었다는 코스모스. 그 꽃이 키만 껑충하고 갸냘프기 짝이 없어서 다른 꽃들을 만들고 또 만들었다지. <코스모스>라는 이름답게 노란수술이 온통 별 모양이다. 참 신기하고 오묘하다.

올가을, 시골집 마당에도 이 코스모스를 심어 놓았었는데, 키가 어른 키보다도 더 컸다. 길가에 심어진 꽃들은 아담하게 키 높이도 일정한 게 올망졸망 하늘하늘 이쁘던데, 저것들은 왜저리 웃자란 것 마냥 크냐고 거름줬느냐고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었다. 길가의 코스모스들은 개량종이고 원래는 저렇게 키가 크단다. 하긴 요즘 화단에서 보는 채송화들도 거의 개량종이고 길가의 맨드라미, 칸나 모두 키를 작게 만들었다. 꽃이고 여자고 작고 아담한 것이 사랑스럽고 이쁜가?

 

코스모스에는 여러가지 얽힌 기억이 많다. 어렸을 적에 탱자나무 가지 하나 뚝 분질러서 가시마다 코스모스 꽃송이를 색색으로 꽂아서 요술공주 세리처럼 휘두르며 놀던 기억도 있고, 실연 당한 친구가 마음 달래려 통일로에 코스모스 보러 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얼굴을 한 껍질 벗겨 내리고 바스라진 광대뼈 대신에 철판을 대고 꿰맨 일도 있다. 그 친구와 얼마전에 통화를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코스모스가 좋다고 해서 한마디 했다. 나는 코스모스만 보면 너 다쳐서 대수술한 생각나 기분이 별로던데, 참 대단하다. 친구가  말하지 못하는 그 마음 밑바닥에는 코스모스를 보며 그날의 사고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루지 못한 옛사랑이 어른거리나보다. 세수할려고 물을 대야에 떠놓으면 그 물에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이 동동 떠다녀서 한참씩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는, 사랑이라고는 전혀 할 것 같지 않던 친구의 말. 그렇게 헤어지고 죽을려고 종로를 빙빙 돌며 약을 한 주먹 사와서 먹을려고 하는데, 엄마의 얼굴이 어른거려서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를 그 일이 있은 오랜 후에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던 그 친구.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씩씩하게 얘기하지만 코스모스를 보면 아직도 아련한 그 시절을 돌아보게 되나보다......

 

 

 

 

 

 

'마음을 나열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들임  (0) 2007.06.01
반전  (0) 2006.12.29
부전자전  (0) 2006.07.28
여름날의 추억  (0) 2006.07.22
따라 해보는 것들  (0) 2006.05.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