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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요즘...

by 눈부신햇살* 2006. 9. 20.

 

 

 

네이버에서 가끔씩 사진 구경을 하는데,

푸른 하늘과 붉은 황톳길과 자전거 타는 소녀의 모습이 싱그럽고 조화로워서 한 장 가져왔다.

연일 이렇게 푸르고 높은 뭉게구름, 양떼구름, 새털구름으로 번갈아 옷을 갈아입는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있다. 길을 걷다 하늘 한번 올려다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나날들...

 

 

그러나 일교차가 심한 날들이기도 해서 아이들은 어젯밤부터 훌쩍훌쩍

연신 코를 훌쩍거리다가 핑핑 풀어대고,

머리가 아프다느니 미열이 난다느니 몸의 이상 상태를 알려 온다.

상비약으로 사다 놓은 콧물. 재채기 약 먹으라고 엉터리 약사 노릇을 한다.

 

 

아이들이 시험 결과로 자꾸 협상을 걸어온다.

큰 녀석은 전교 석차를 30등 올리면 전자기타를 사달라고 하고,

작은 녀석은 이번 시험에서 세 문제만 틀리면 PSP를 사달라고 한다.

어디서 돈이 펑펑 솟아나는 줄 안다. 그래도 또 자식이 사달라고 하면 사주고 싶어지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그런데 성적이 올라가면 누구에게 좋은 건가?

 

 

최근 들어 부쩍 남편의 출장이 잦아졌다.

중요한 결정의 기로에 서 있다가 이제 막 생각을 굳힌 남편은 마음이 복잡할 법도 한데,

오히려 예전보다 밝고 어찌 보면 과장된 것처럼 씩씩하다.

힘들게 결정한 남편의 결정이 헛된 것이 되지 않고 잘 풀리길 바라본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쯤(그게 그 계절인가...), 예전에 기와솔님이 알려주신 대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2박 3일이나 3박 4일쯤 돌아다니다가

비행기로 돌아오자고 한다. 느닷없이 여행 제안을 하는 걸 보면

마음 깊은 곳은 심란함으로 가득 차 있나 보다, 하고 헤아려 본다.

제주도에는 업무차 몇 번 다녀오더니 그곳 지리는 훤하다고 큰 소리를 뻥뻥 친다.

나야 좋지. 가족과 함께 하는 기쁨과 행복의 시간들일 테고,

낯선 곳을 구경하는 설렘이 동반할 테니......

빛나는 햇살 아래, 남편과 손을 잡거나 혹은 팔짱을 끼거나

나보다 한참 큰 남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OO아!" 하고 장난스레 부르면서

아이들과 함께 주고받는 실없는 말장난에 깔깔거리며 풍경 좋은 제주도를 돌아다닌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요즘 한 친구가 우울증이라며 삶의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늘 하하 호호 웃는 모습 뒤에는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우울이 도사리고 있었던가 보다.

그 모든 걸 잊어버리려고 바쁘게 일정을 짜 놓고 움직였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싫고 지루해진다고 한다.

나는 고작 한다는 소리가 벌써 갱년기가 오니?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한다.

예전부터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고 싶다고 하니 결혼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가 하는 염려도 든다.

남편이 마음 깊은 곳을 잘 못 만져주나 보다, 하는 생각.

비록 생활의 어떤 부분이 힘들고 버거워도 남편이 말 한마디 다정하게 해 주고 잘 어루만져 주면

또 바보처럼 금방 헤실헤실 웃으면서 잘 살아내는 것이 여자인데.

- 우리는 가치관이 너무 달라......

말끝에 그런다.

- 어떻게 다른데?......

- 그냥 많이 달라. 나는 대충 만족하며 안주하고 싶어 하고, 그는 늘 변화를 꿈꿔.

- 너의 완벽주의가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고? 너무 완벽하려고 그러잖아......

- 그런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도는 듯한 전화를 끊고 나면 공연히 나도 깊은 한숨이 나온다. 어떤 말로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것저것 생각도 복잡해진다. 차남이면서 장남의 며느리 노릇을 하고 살던 것들의 불만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인가...... 너무 착해서 불만을 불만스럽다고 말하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친구는.

 

 

엄마는 외할머니의 묘를 이장하는데 다녀오시더니 형제간에 분란이 일어나서 많이 속상하셨나 보다.

내게 전화하더니 분을 못 이겨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신다. 엄마 성격이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 엄마인데 덩달아 분통이 터진다. 나중에는 내가 더 길길이 날뛰니까 괜히 네 기분 이상하게 만들었나 보다, 하시며 힘없이 끊으신다.

또 깊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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