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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공들임

by 눈부신햇살* 2007. 6. 1.

 

이 나무가 계수나무란다. 물론 내 솜씨는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스크랩을 허용해 놓았거나 오른쪽 마우스를 사용해도 되게끔 설정해 놓으면 가끔 하나씩 돔바 온다.

 

이 계수나무 단풍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랬다. 토끼가 달나라에서 방아 찧을 때 옆에 있었다던 그 나무라고? 야, 나무가 참 장난꾸러기 같이 생겼구나! 하트를 빵빵하게 부풀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부채를 축소시켜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나뭇잎이 질 때쯤 머리에 떨어지면 내 머리에 떨어져 준 것이 황송스러울만치 어여쁜 빛깔과 사랑스러운 모양새다.

 

저 사진을 찍은 사람은 공들여 사진을 찍고, 그중에서 가장 나은 사진을 추려서 공들여 포토샾을 했을 것이다. 사진이 더욱더 돋보이게끔. 그렇게 해서 올린 사진이 나 같은 이가 구경하다가 문득 맘을 잡아 끈다고 마우스 질 몇 번으로 손쉽게 가져가면 어떤 기분일까? 허무할까? 아니면 내 사진을 좋아해 주니 기분이 좋을까?  공들인 마음이 클수록 애착도 더 하겠지.

 

이곳 블로그에 주절주절 일상을 올린 것이 생활글로서 잡지에 올리기는 딱인가 보다. 월간으로 발행하는 잡지의 편집장이란 분이 교감 게시판에 잡지에 글을 실어도 되겠느냐고 비공개로 글을 남겼다. 요즘은 건망증이 심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맨 처음 물어본 것은 어느 잡지에 글이 반토막 나서 실렸던 것을 실어도 되겠냐고 물었던 것 같다. 잡지에 실렸던 것이므로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것은 어느 잡지에 실렸던 것인데 그래도 상관없으시다면 실으세요.

 

얼마 후, 두 번째로 또 물어 오셨다. 내 대답은 그것은 <다음 다섯 마당>에 뽑혀서 다음 메인 화면에 실렸던 것인데 상관없다면 실으세요. 그러면 안 될 걸, 중복해서 싣는 건 안될 텐데, 라는 내 생각이 맞았는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얼마 전에는 무려 다섯 개의 글을 뽑아서 격월로 잡지에 싣겠다고 괜찮으냐고 물어 오셨다. 그제야 그 잡지 이름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아서 그쪽 계통(?)의 일을 하는 친구에게 이러저러한데 괜찮을까? 하고 물었더니 블로그에서 보는 것과 활자화돼서 보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옳은 말이라는 생각에 그리 하시라고 했다. 물론 그전에 그런 잡지가 정말로 있는지 검색을 해보고 서점에 가서 확인해 봤다. 나는 좀 의심이 많은 성격인가 보다. 서점에서는 찾지 못했고, 검색에서는 잡지 이름과 출판사가 떴다. 메일로 글을 보내 드렸다.

 

원고료는 없고 책을 싣는 답례로 잡지 세 권이 왔다. 세 권씩이나 뭐하라고...... 한 권은 그래도 기념으로 책꽂이에 꽂아 놓고, 나머지 두 권은 굴러 다니고 있다. 다른 때는 야, 잡지에 내 글 실렸어, 하고 자랑하던 것을 의논했던 친구와 가족만 알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맨 처음 잡지에 글이 실리고 적은 금액이지만 원고료를 받았을 때와 다달이 뽑는 우수작에 뽑혀서 당선소감(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을 썼을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온 집안을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다음 다섯 마당에 뽑혔을 때도 그 버금가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은데......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꽃 사진에만 관심이 집중해서 생전 처음 보는 꽃 이름이 궁금해 꽃을 검색하고 또 검색하다가 그분의 홈피를 발견하고 그 분의 홈피에서인가 그분은 사진을 싣는 댓가로 20 만 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보같이 책 목록 밑의 하단에 조그맣게 표지에 대한 설명과 그 분의 홈피 주소가 나와 있던데, 왜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 그 분은 20만 원을 받는구나! 나는 쓸데없이 잡지 세 권을 뭐하라고? 다시 한번 그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사진은 훌륭했고, 식물에 대한 지식도 뛰어났고, 무엇보다도 잡지 뒤에 표지작가라고 표기되는 분이었다. 저렇게 훌륭해야 돈도 받고, 이름도 날리는 것인데......

 

하긴 나는 잡지에 실리겠다고 여기서 이렇게 주절주절 떠든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무슨 일이든 공을 들여야 공들인 만큼의 대가가 오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퍼뜩 뒤통수를 여지없이 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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