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이맘때 의사는 말했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 있지요? 긁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 나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안 가려워야 안 긁지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6개월을 다녔지만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심지어 병원에 다녀오는 날엔 더 온몸에 열이 확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 올라왔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일정하게 치료받던 의사가 아니고 다른 방의 의사가 진료를 하던 날,
이 병은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 딱 부러지게 말해 내 가슴에 심한 충격을 안겨줬다.
완치가 되지 않는다니...... 그럼 여름에 샌들은 어찌 신고 다니노?
내가 받은 충격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기에 덧붙여 말했다.
참을 만하면, 좀 가라앉았다 싶으면 병원에 오지 말고
심해졌다 싶으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
그 치료법에 충실하여 올 한 해 내내 병원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의사의 진단은 어찌나 정확한지 좀 가라앉았다 싶다가도 다시 확 올라오고,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싶다가도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올여름 내내 하얗고 고운 매끈한 맨발을 많이 부러워하며 신발 신는 내내 신경 쓰여하며
아쉬운 대로 샌들을 신고 다녔다.
바람이 차가워지며 가을이 코밑으로 다가왔을 때 샌들을 신지 않고 막힌 구두를 신는다는 것이 가장 반가울 지경이었다.
남편에게도 몇 번인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됐다.
나, 이제 다 나았다.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나쁘고 지겨운 발.
언제나 예전의 말끔한 발로 회복되려나.
그러려면 먼저 가려움증을 참아야 하는데, 삼척동자도 다 알 법한 그 사실을 지키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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