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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하여 영화를 맨처음 보았던 게 몇 살적이야? 나는 일곱살 무렵으로 기억해. 영화보는 걸 즐기던 엄마를 따라 맨처음 보았던 영화의 제목이 '꼬마 신랑'이라고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게 김정훈이 나왔던 영화였는지는 확실치 않아. 다른 영화도 많이 보았다는데 다른 영화도 떠오르질 않고...... 그 다음으로 .. 2005. 7. 1.
여름에 피는 꽃 - 능소화와 자귀나무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 식물이다. 옛날 우리 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 상민의 집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면 관가로 잡아가 곤장을 때려 다시는 심지 못하게 엄벌을 내렸다. 그래서 이 능소화의 별명이 '양반꽃'이라고 하니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능소화의 수려함에 비해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보면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능소화는 한자어로 능가할 능, 또는 업신여길 능(凌) 자이고 소는 하늘 소 자이고 보면 하늘 같은 양반을 능가하고 업신여길 것을 염려해서일까, 지역에 따라서는 능소화 대신 '금등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서양에서는 능소화를 '차이니즈 트럼펫 클리퍼'라고 부르는데 이 꽃을 보고 트럼펫을 떠올리는 것을 .. 2005. 6. 28.
용감한 자가 미인을 쟁취한다 전에 제가 얘기했지요? 아들은 여섯살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5년째인 올해 드디어 한 반이 되었다고...... 그 애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였지요. 시내에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인데 졸업식 행사 때면 2대 졸업상이라는 이름의.. 2005. 6. 25.
무료함 무료함 어린 날에 어른들은 들로 나가고 혼자서 빈 집을 지키노라면 알 수 없는 슬픔이 스멀스멀 덮쳐 왔다 텅 빈 마당, 텅 빈 동네에 뜨겁게 햇볕이 부서지고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여름 한낮 지나친 무료함에 어린 계집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장독대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닫었다 항아리에 가득 찬 간장에 얼굴을 비춰보고 그 속에 담긴 파란 하늘을 들여다보고 뒷뜰을 어슬렁거리다 무심한 풀을 짓뜯어 씹어보다 마당 한켠에 높게 쌓인 보릿대 낟가리 위에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보다 아무도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방문을 확 열어 젖혀보면 서늘한 어둠만 존재했다 모두다 어디 갔는가 어디 숨었는가 무료함이 빚어내는 외로움에 눈물 한방울 흘러내리던 날도 있었어라. 2005. 6. 22.
작은녀석의 별명 무대포, 납작수, 포동이, 준칠이, 찰고무, 닥종이인형. 이상은 작은녀석의 별명이다. 납작수는 돌 되기 전까지 어찌나 순한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심지어는 목욕물 속에 넣어 놓아도, 목욕을 시키고 있어도 자고 있어서 순하다고 늘 눕혀만 놓았더니 뒷통수가 깎은 듯이 납작해서 붙은 별명이다. 포.. 2005. 6. 1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 희 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 2005. 6. 13.
비 오는 날의 단상 이렇게 비가 내리면 경사진 언덕 끄트머리의 작은 초가집 마루에 앉아 앞 솔숲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던 내 유년이 떠오른다. 내 생각은 언제나 유년과 맞닿아 있다.꽃 한송이를 봐도, 풀 한포기를 봐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아름다움은 쓸쓸함과 연결이 되어 있을까.내 유년은 언제나 쓸쓸함이란 단어와 함께 떠오른다. 쓸쓸함을 안고 바라보는 풍경들은 언제나 가슴 속에 사무치는 그 무엇인가를 남겼다. 봄이면 밭 가득, 동네 가득 피어나는 노란 물감을 들이 부어 놓은 듯이, 자신의 가장 예쁜 색으로 환장할 듯이 유채꽃이 피어나고, 봄 햇살이 여름 햇살 못지 않게 강렬하게 내리쬐고 그 밭에서 벌이라도 윙윙거리면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가목울대를 꼴깍거리며 내려 갔다.. 2005. 6. 10.
선택의 기준 어제 켜놓은 라디오에서 남자들이 자주하는 3대 거짓말과 여자들이 자주하는 3대 거짓말에 대해서 나왔다. 남자들이 자주하는 3대 거짓말 1. 상가집에 가야 돼. 2. 보너스는 절대로 안 건드리고 다 가져온 거야. 3. 내일부터 운동할 거야. 여자들이 자주하는 3대 거짓말 1. 내일부터 다이어트 할 거야. 2. .. 2005. 6. 9.
기쁨 요며칠 아침 출근길에 연보랏빛으로 예쁘게 피어난 자주달개비를 보았다. 노란 수술이 앙증맞은 꽃, 자주달개비. 꽃의 여왕답게 화사한 아름다움의 넝쿨장미.이 장미의 조상인 야생 장미는 '찔레꽃'이라고 하던가. 그 화사함과 향기에 절로 눈길이 머물고, 코를 흠흠 벌름거리게 된다. 오래전, 아주아주 오래전 유년기에 읽었던 '비밀의 화원'이라는 동화가 떠오른다. 내용은 전혀 떠오르지 않고, 제목만 선명하게 떠오른다. 저 꽃그늘 아래 내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소곤거리고 싶다. 꽃향기에 취해, 화사함에 취해, 좋은 사람에 취해......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어디서 날려오는 꽃향기에 깜짝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렸다.쥐똥나무 꽃의 향기였다. 언제나 꽃의 생김새에 비해 그 향기로운 향기에 .. 200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