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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무료함

by 눈부신햇살* 2005. 6. 22.


 

 

 

 

 

 

 

 

 

 

 

 

 

 

 

 

무료함

 

 

어린 날에 어른들은 들로 나가고

혼자서 빈 집을 지키노라면

알 수 없는 슬픔이 스멀스멀 덮쳐 왔다

 

텅 빈 마당,

텅 빈 동네에

뜨겁게 햇볕이 부서지고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여름 한낮

 

지나친 무료함에

어린 계집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장독대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닫었다

항아리에 가득 찬 간장에 얼굴을 비춰보고

그 속에 담긴 파란 하늘을 들여다보고

뒷뜰을 어슬렁거리다

무심한 풀을 짓뜯어 씹어보다

마당 한켠에 높게 쌓인 보릿대 낟가리 위에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보다

아무도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방문을 확 열어 젖혀보면

서늘한 어둠만 존재했다

 

모두다 어디 갔는가

어디 숨었는가

 

무료함이 빚어내는 외로움에

눈물 한방울 흘러내리던 날도 있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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