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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영화에 대하여

by 눈부신햇살* 2005. 7. 1.

영화를 맨처음 보았던 게 몇 살적이야?
나는 일곱살 무렵으로 기억해.
영화보는 걸 즐기던 엄마를 따라 맨처음 보았던 영화의 제목이
'꼬마 신랑'이라고 확실히 기억하는데, 그게 김정훈이 나왔던
영화였는지는 확실치 않아.
다른 영화도 많이 보았다는데 다른 영화도 떠오르질 않고......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광주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단체관람했던 전쟁의 아픔을 소재로 한
'울지 않으리'란 이승현이 아역 주인공을 맡았던 영화이다.
초등학생이던 이승현이 학교 수업 중에 전쟁이 터지고,
(근데 전쟁은 일요일에 터지지 않았나? 암튼...)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나머지 식구들과 피난 떠나는 길에 겪는 우여곡절,
전쟁의 아픔, 상실감, 고통......뭐 그런 것들을 다룬 영화.
조금 울었던가? 단체로? 울지 않으면 이상한 아이 취급 받았던가?

 

그 다음다음으로 본 영화가 역시 3학년 열 살 때였을거야.
선보고 한창 연애 중이던 둘째고모와 예비고모부,
막내고모를 따라가서 본 무협영화. 참 따분해서 도대체가 영화가
언제 끝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예비고모부가 왜 재미없냐고 물어서
고개를 끄덕끄덕......딱 한 장면 인상적이었지.
웬 궤짝 같은 것을 여는 순간 그 속에 가득 들어 있던 뱀의 무리.
비명을 질렀던가?

그리고 작은아버지인지 누군지 확실치 않은 그 누구와
현대극장에 가서 보았던 남진이 나오던 '오 그대여 변치마오'.
노래 제목에 맞춰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애. 여자들이 남진을 둘러싸고 벌이는
해프닝. 중간중간 남진의 노래가 나오고......

 

그 다음다음다음으로 본 영화가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보여주던 영화.
교회에서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영화가 한 편 있었고,
나훈아의 노래였던가? 나훈아도 나왔던가?
'미워도 한 세상 좋아도 한 세상......'
그런 노래가 나오던 영화였다. 그것까지만 기억함.

 

그 다음다음다음다음으로 본 영화가 중학교 1학년 때
아세아극장에서 본 김자옥이 나오던 '영아의 고백'과
정윤희가 나오던 '나는 77번 아가씨'.
제목이 암시하듯이 분명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을텐데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복을 입고 있었고 친구가 영화 보여준다고 그래서 본 죄 밖에 없음.
그 친구와 또 본 게 남진,윤복희,윤항기 리사이틀이었다.
역시 그 친구가 표를 샀다.
나중에 어찌어찌 알게 된 할머니에게 된통 혼났다.
불량스런 아이와 어울린다고, 다시는 놀지 말라고해서
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리사이틀을 끝으로 우리관계도 끝났음.
그 조금 후에 남진과 윤복희도 서로의 갈 길로 갔지......

 

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우습게도 몇 년전에
가족이 단체로 가서 본 '슈렉'이다.
그나마 작은녀석은 중간에 잠들었음.
얼마 전에 영화만 전문으로 보여주는 채널에서 다시 봤음.
장미나 비조아는 극장에 자주 가는 것 같던데,
극장에 갈 생각이 안 나서......
컴컴한 데 앉아 있는 게 싫더라고......
늙었나벼......
지금은 무슨 영화가 재밌나?

 

 

2004년 10월 9일.

 

 

 

이어서 '영화에 대하여 2'

 

고등학생 시절에는 주말이면 나오는 신문의 티브이 프로그램 안내란에서 꼭 '주말의 명화'라든지 '명화극장'을 꼼꼼히 들여다 보고 관심을 끄는 영화에 대한 안내가 나오면 스크랩을 해서 수첩에 붙여두고 몇월 몇일에 보았는지도 기록해뒀더랬다. 가끔씩 이 영화 내용과 저 영화 내용이 섞이기도 하고, 건망증이란 게 있어서 봤는지 안 봤는지도 헷갈려서.

 

가슴 설레며 봤던 그 많은 명화들.

 

닥터지바고, 로미오와 쥬리엣, 러브 스토리, 초원의 빛, 에덴의 동쪽, 마이 훼어 레이디, 황태자의 첫사랑, 비우, 카사브랑카, 사운드 오브 뮤직, 로마의 휴일, 안나 카레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남과 여, 피서지에서 생긴 일, 빠삐용, 파계, 작은 아씨들, 전쟁과 평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7년만의 외출, 사브리나, 뜨거운 것이 좋아, 어두워질 때까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모정, 베어......

 

이중에서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몇가지나 될까?

서부 영화도 제법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류가 아니어서 그런지 대뜸 떠오르는 제목이 별로 없다. 하이 눈? 황야의 무법자? 세인?......그런 영화들이 있었던가.

 

요즘은 좀 유명하다 싶으면 거의 다 비디오로 빌려다 보고, 간혹 영화채널에서 운좋게 보고 싶었던 영화를 방영하면 기뻐하며 보는 것이 다다.

 

며칠전에 누구에게도 얘기했는데, 한동안 리처드 기어와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기울어 있던 마음이 근래엔 제레미 아이언스에게로 옮겨 갔다.로버트 레드포드의 '내츄럴'이란 야구 영화 하나 유일하게 극장에 가서 본 영화이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눈빛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슬픈 듯 하면서도 빨려들 듯한 눈빛,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깊이깊이 마음에 담는 눈빛,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군계일학처럼 빛나는, 단번에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있다. 큰키에 약간 마른 듯한 모습, 얇은 입술, 지그시 바라볼 때의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 아무리 허드레 옷을 걸쳐 놓아도 바꿀 수 없는 세련된 이미지 - 결코 세련된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소박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세련됨은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진다.

 

먼저 아들의 연인을 사랑하게 된, 그래서 결국은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된 '데미지'란 영화에서 맨 처음 제레미 아이언스를 보았고, 그 다음으로 나이 어린 소녀를 사랑하게 된 '로리타'란 영화에서 그런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추하지 않고, 징그러운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그를 보고 놀랐다. 어쩌면 그런 그여서 그런 배역을 맡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란 영화에서 도둑으로 나와서 여러가지 변장술을 선보여 주는데, 그의 외모는 어떤 변장을 해도 추해지지 않는다. 거렁뱅이로 변장을 해도 세련된 거렁뱅이가 되는 그를 보았다. 그것은 배우로서 장점일지 단점일지 그것까진 판단이 서지 않지만 내게는 감탄스러웠다. 품격이 있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져서.

 

실제 생활에서의 그는 어떨까?

그런 눈빛을 가진 남자라면 오래도록 여자로부터 사랑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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