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내리면 경사진 언덕 끄트머리의 작은 초가집 마루에 앉아
앞 솔숲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던 내 유년이 떠오른다.
내 생각은 언제나 유년과 맞닿아 있다.꽃 한송이를 봐도, 풀 한포기를 봐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아름다움은 쓸쓸함과 연결이 되어 있을까.내 유년은 언제나 쓸쓸함이란 단어와 함께 떠오른다.
쓸쓸함을 안고 바라보는 풍경들은 언제나 가슴 속에 사무치는 그 무엇인가를 남겼다.
봄이면 밭 가득, 동네 가득 피어나는 노란 물감을 들이 부어 놓은 듯이,
자신의 가장 예쁜 색으로 환장할 듯이 유채꽃이 피어나고,
봄 햇살이 여름 햇살 못지 않게 강렬하게 내리쬐고 그 밭에서 벌이라도 윙윙거리면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가목울대를 꼴깍거리며 내려 갔다.
아이들과 숨바꼭질 하다가 드러누운 보리밭 이랑 사이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눈을 찌를 듯한 햇살 한 줌.
하교 후 들어서면 텅 빈 마당, 텅 빈 집안,
그 좁은 공간을 하릴 없이 뱅뱅 돌던 나.
비 오는 날 아침의 선득선득한 공기와 먼곳으로부터 곧장 내게로 달려오는 듯한
무엇에 대한 그리움인지 선명하게 이름 지을 수 없는 알싸한 향수가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그런 날엔 말이 하기 싫었다. 그저 입을 꼭 다물고 고개짓으로만 소통했다.
성장해서도 오래토록 참 말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끔 만든 유년이다.
비 오는 아침에 여러 갈래 생각들을 헤집고 올라온 단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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