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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130

소나기 처음 신정호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분명 이렇게 햇빛이 환했었다.  돌다가 뒤돌아보니 초사동 쪽으로 먹구름이 가득하다.구름에 가려 산 일부는 보이지도 않는다. `기생초'는 노란 꽃 가운데 짙은 빨강이나 때론 갈색으로까지 보이는 무늬가 있어,기생이 치장한 것처럼 화사하다고 기생초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기생초의 꽃말은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이라고... 군데군데 먹구름이 끼어 있어 어디쯤엔 비가 오고 있나 보다 짐작했다. 다솜교 다리를 지나칠 때까지만 해도 환했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느닷없이 세차게 쏟아지는 비.다행히 혹시 몰라서 가져간 우산을 펼쳤지만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정자 밑으로 피신했다.저렇게 굵은 장대비에는 우산은 쓰나마나하게 신발이며 어깨가 다 젖게 되므로.  왜? 왜 비를 피하지 않고.. 2021. 7. 19.
어느 여름날 연일 덥다. 이러다가 기록적인 더위였던 2018년과 같거나 능가할지도 모르겠다.햇볕을 쬐어 주는 게 골다공증 예방이나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해서종아리만 햇볕에 그을리게끔 드러내 놓고 다녔다니 점차로 갈색이 되어가고 있다. 햇빛 아래로 나서는 순간 깜짝 놀라게 뜨거운 햇살이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들판에,행인 뜸한 한적한 거리에, 고요한 호수 위에 마구마구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무척 책을 안 읽고 있지만 맘에 드는 책은 보고 또 보는 성향이라피천득 님의 이란 수필집도 다시 읽어보고,박완서 님의 나 이란 산문집도 다시 읽어보고,가끔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도 다시 읽어본다. 작은아들의 책장에서 뽑아 든 프랑소와 트뤼포 전기문은 무척 두꺼운데다른 책에 비해 문장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 .. 2021. 7. 16.
능소화가 피어있는 풍경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했다.개인 듯해서 집을 나섰더니 신정호에 가는 중에 벌써 비가 흩뿌렸다.마음속에서 이는 갈등. 가? 말아?가자는 마음이 승리. 우산 쓰고 돌지, 뭐. 신정호에 도착하자 비가 오지 않아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얼마 못 가 소나기가 쏟아졌고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더러는 비를 맞으며 무심히 걷고, 더러는 정자 밑으로, 더러는 큰 나무 밑으로 피신했다. 어떤 예쁜 얇은 원피스 차림의 젊은 여인을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저 차림에 젖으면 난감할 텐데.내 우산을 줄까? 그럼 나는? 주지 못하겠단 마음이 승리. 한 바퀴 돌고 만보 채우느라 조금 더 걸으며 보니 아까 그 처자가 정자 난간에 길게 기대앉아 있었다.다행이네! 그렇게 비가 굵고 세차게 쏟아지다, 이슬비로 오.. 2021. 7. 9.
연꽃이 피고 옥수수가 익어가는 달 알고 보니 신정호 주변 희안마을은 옥수수를 많이 심는 곳이었다.오십견 물리치료받으러 가면서 우연히 길 옆에서 삶은 옥수수 파는 것을 발견하고우물쭈물하다가 지나쳐 가고, 다음번에 또 물리치료받으러 가는 날엔 망설이지 않고곧바로 차를 대고 사게 되었다. 역시 알고 보니 길 옆에서 삶은 옥수수 파는 곳이 몇 곳 있던데내가 사러 갔던 곳에는 할머니가 팔고 계셨다.내가 사기 전에 사가는 젊은 여인이 눈이 마주치자 같은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보내는 미소를 보냈다. 내가 다가가자 할머니가 인사하신다.- 어서 와.- 어떻게 해요?- 오천 원. 맛있어. 우리 옥수수 한번 사 먹은 사람들은 맛있다고 또 사러 와.  오늘 아침에도 한솥 삶아서 팔고 벌써 두 번째야.그때가 오전 10시쯤이다.- 어머 그래요? 두 봉지 주세요... 2021. 7. 4.
호수는 반짝이고 지난주 화요일(22일)에 엄마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하는 날이라 혹시 모를 부작용을 대비해 아산에서 서울로 갔다. 내 차의 내비가 무엇이 잘못 조작되어 있는지, 유료도로 최소화를 선택하지도 않았고, 을 선택했음에도 자꾸만 국도로 인도해서 중간에 휴대폰의 카카오 내비를 켜고 고속도로로 달려갔다. 달리다 보니 휴대폰이 미끄러져 보기 쉽게 제대로 놓는다고 하다가 옆 차선에 살짝 들어선 걸 발견하고서 깜짝 놀라 쌩 지나가는 차를 피해 내 차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내 차가 사정없이 흔들거렸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중이라 빠른 속도에서 핸들을 갑자기 틀자 차가 요동을 친 것이다. 식겁하면서 십년감수했다. 서울이 가까워지면 언제나 늘 변함없이 차가 막힌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그럴 때면 막힘없이 달려 다니는.. 2021. 6. 30.
푸르고 맑은 날 온 세상이 아름다워 비 온 다음날, 하늘이 파랗고 흰구름은 둥실둥실.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이란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날씨이다. 김현철 씨가 디제이 보는 라디오 프로에서도 연신 날씨 예찬이다.`어머, 하늘이 어쩜 저래요'`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아요'`바라보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하늘이에요'        옥수수가 유명한 동네란다. 간혹 옥수수를 삶아서 파는 곳도 있던데 아직 사 먹어 보진 않았다. 더러 묵정밭이 있고, 그 묵정밭엔 어김없이 개망초가 꽉 차서 피어 있다.  옥수수밭 너머로 모감주나무가 보여서 가까이 가보고자 하였으나 길이 없다.풀숲을 헤치고 저리로 가기엔 뱀이 너무 무서워.어느 날엔가, 산책로까지 뱀이 나와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모여 난리법석이 났었다.그리고 또 곳곳에 뱀 출몰지역이라는 푯말이 서 .. 2021. 6. 17.
유월의 꽃들 푸른 수국이 수국 수국 피어나는 유월.    산수국도 푸르게 푸르게 피어나는 유월.     낙상홍도 피고,  미국낙상홍도 피고,    사철나무 꽃도 피고, 백로는 언제나 나의 시선을 잡아끌고, 송엽국, 사철채송화도 피고, 금계국도 흐드러지고, 밤꽃이 무지막지하게 꽃송이를 달고 꽃향기를 마구 뿜어내고,  저수지가로 돌던 나는 기어이 차에서 내려 밤꽃을 찍고야 말았고, 꼬리조팝나무 꽃도 피고,  유월의 꽃, 하면 저도 빠질 수 없죠, 라는 듯이 온 들판에 개망초가 만발하고, 일본조팝나무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기.`저, 여기 있어요.'   이어서 피어날 꽃들은 누구?배롱나무? 자귀나무? 능소화? 그리고 또......? 2021. 6. 16.
6월의 열매들 봄에 꽃 피웠던 나무들이 어느덧 하나둘 열매 맺는 시기가 유월인가 보다.길을 가다 보면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다.   6월의 살구나무                                          김 현 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2021. 6. 15.
꽃창포가 피었다 붓꽃이 시들어가자 꽃창포가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붓꽃은 보라색 꽃잎 안쪽으로 호피무늬 같기도 하고 그물무늬 같기도 한 무늬를 갖고 있고,꽃창포는 노란색 무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엄마 오리 따라 동동 떠서 졸졸 쫒아다니는 오리 새끼들이 귀엽다.연잎 위에 올라가도 연잎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밤하늘의 별 같기도 하고, 불가사리 같기도 한 모란의 열매.  이따금 저 산 가운데로 난 길로 넘어가곤 한다.멀리서 보면 낮은 곳 같은데 저 길 위 꼭대기에 도달하면 앞이 확 트이며맞은편 산자락의 집 몇 채가 운치를 더해 멋지게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하곤 한다.그리고는 또 다른 저수지가 있어서 한 번씩 생각날 때면 그 풍경을 보러 차로 달려간다. 멀리서 분홍색으로 보이길래 저건 혹시.. 2021.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