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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130

3월 초의 바람은 아직도 추워 저녁 준비를 하며 서쪽 창을 바라보노라니 하늘이 이상했다.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다섯 시 반쯤에 저녁을 먹노라면 환한 대낮에 먹는 기분이 들어 - 이게 점심이야? 저녁이야?확인하는 농담을 하게 된다. 지난 주중엔 공휴일이 끼어 있어 집에서 끼니를 많이 해결해야 했는데나가서 한 끼쯤 해결해도 되지만 오미크론이 무서워서 모두 다 집에서 해결했다.그래서인지 마트에도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더 북적거렸다. 드디어 주변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동생네 가족은 3차 접종까지 한 상태이고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해서인지 다행스럽게도 무증상이라고 한다.그렇지만 남편의 지인들 중에서는 기침이 아주 심하고 복통도 있었다고 한다.우리도 조마조마하게 살얼음을 딛는 기분으로 검사 키트와 상비약도 준비해 놓고몸 상태가 조금.. 2022. 3. 8.
노을이 번질 때 서쪽 하늘에 주홍빛으로 노을이 번질 때노을빛만큼이나 명랑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호수를 돈다. 때론 짙게 깔리는 저녁 안개만큼이나 마음이 명료하지 않은 순간도 있지만이렇게 맑은 날 저녁이 시작될 무렵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자면모든 잡생각들이 일순간에 멀리 사라져 버리고붉은 노을과 노을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에만 집중하게 된다. 어느덧 해빙기가 되어 연꽃이 있는 연못의 얼음도 녹고그 연못에서 오리들은 신이 났다. 바람은 아직 차도 찬바람 속에 봄이 와 숨어있다고 생각하며괜스레 코를 킁킁거리기도 하며 총총히 걷는다.     저녁 스며드네                                                    허수경    잎들은 와르르 빛 아래 저녁 빛 아래 물방울은 동그르 꽃.. 2022. 2. 27.
달이 까꿍 하던 밤 붉은 노을이 먼산 위로 번질 무렵에 저녁 식사를 하고, 예외 없이 호수로 걷기 운동을 나갔더니 노란 달이 산 위로 막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금방 둥실 떠올라 우리 뒤를 자꾸만 쫓아와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우와, 저 커다란 달 좀 봐! 유난히 커다랗다! 참 예쁘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호수를 도는 내내 내가 달에게 갖다 바친 감탄사가 만 마디쯤 될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나 예쁘던지. 달력 뒤져보니 보름날의 달이었다. 그 달은 아침녘에도 지지 않고 하늘에 둥실 떠있어 나를 또 감탄케 하더군. 와! 정말 이렇게나 예쁠 수가! 2022. 1. 23.
얼어붙은 호수에 눈이 내리고 지난밤에 살짝 내리고 이어 아침에도 희끗희끗 날리던 눈이 얼어붙은 호수를 하얗게 만들었다. 눈 그친 날이 으레 그러듯이 쨍하게 맑은 날, 기온은 차서 코끝도 찡한데 생각 밖으로 많은 이들이 길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 더러 털모자 위에다 외투에 달린 모자를 이중으로 쓰고 호수를 돌고 있었다. 그렇게 추워도 한 바퀴 돌고 나니 몸에 열이 올라 조금이나마 추위를 잊게 되었다. 한 바퀴 돌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침표를 찍어주듯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과 함께 다시 한 송이 두 송이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데 정녕 바람에 날리는 이것이 눈인지 억새의 씨앗인지 믿기지가 않아 눈을 부릅뜨고 확인하다가 땅바닥에 닿아 녹으며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정말 눈이구나, 인정! 돌아오는 길, 먼지처럼 풀풀 흩날리다가 중간쯤.. 2022. 1. 11.
내 사랑, 신정호! 나는 한동안 신정호와 사랑에 빠졌었지. 매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새로워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어. 언제나 감탄하는 것도 잊지 않았지. 어느 날엔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 내 사랑 신정호! 2021. 12. 22.
12월의 산책 12월의 휴일 낮에 보는 신정호. 12월에도 신정호를 찾는 사람이 참 많다. 겨울 풍경을 보며 지나간 계절의 신정호를 떠올려본다. 연들은 기하학적 무늬로 호수를 수놓고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혹은 인물사진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풍경사진으로 찍히기도 한다. 돌아온 청둥오리가 반가워 이따금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여기에 한 무리, 저기에 한 무리, 곳곳에 청둥오리 무리가 둥둥 떠있다. 몇 채 보이는 단독주택이 좋아 보여 찍었다. 전원주택 생활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하면 모두 팔 걷어붙이고 반대한다. 정 하고 싶으면 작은 텃밭을 일구고 거기다 농막이나 하나 갖다 놓으면서 전원생활을 누려보란다. 12월 중순쯤 되자 저 버드나무가 잎을 다 떨구었다. 안개 자욱한 밤에도 걷고, 비가 추적추적 내려 인적 뜸한 .. 2021. 12. 17.
늦가을의 신정호 곡교천 은행나무 단풍을 구경할 때 쏟아지기 시작해서 제법 세차게 내리던 비가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니 그새 개어 있었다.비가 오다가 개면 다른 때보다 더 맑고 투명한 세상이 된다.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씻어내려서일까.말간 햇살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보러 신정호로 달려갔다. 이게 벌써 그끄저께의 일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감상한다.며칠 있으면 사라질 풍경이기에......무엇이 그렇게 붙잡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그러다 아예 길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로 다가가 풍경을 감상한다.  몇 년 새로 무척 달라졌다는 신정호 주변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저 오른쪽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려나 보다.이러다 카페가 신정호를 둘러싸는 풍경이 될 것 같다. 자세히 보면 하늘을.. 2021. 11. 12.
달과 함께 걷는 밤 어스름 저녁에 둥글고 뽀얀 탐스런 달이 산 위로 방싯 얼굴을 내민다. 조금 더 올라와서 산 위에 턱을 괸 듯한 모습이 된다. 금방 산 위로 올라가 둥실 떴다. 호수에 걸으러 가서 달이 어디 있나 둘레둘레 찾아보았다. 호수에 어린 달빛.- 호수에 비치는 달빛 보여?- 네. 제가 그걸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나쁘지도 않고, 알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둥글고 탐스럽던 달은 음력 십오일 보름달이 아니라 놀랍게도 열나흗날의 달이었다.   딱 보름날의 둥근달이 떴다.어제 호수를 도는 내내 달 보며 예쁘다고 엄청 감탄사를 바쳤지만오늘의 달은 더, 더, 환하게 밝고 예뻤다.  그렇지만 옆에서 걷기 리듬 깨진다고 투덜대 계속 찍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금 이 시간은.. 2021. 10. 21.
저녁을 거닐다 낮엔 안산에 오르고 밤엔 신정호 둘레를 거닐었다.여름날엔 이른 저녁을 먹고 가서 한 바퀴 돌고나도 아직 환해 하루가 길게 느껴져 좋았다.가을이 되자 해가 짧아져 이제는 돌고 나면아직 8시가 채 안 되는 시간이어도 완전한 어둠에 싸여 마치 깊은 밤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걷기 시작할 무렵 벌써 신정호수공원의 가로등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호수 주변 건물들의 불이 밝혀지면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 펼쳐진다.특히 노란 불빛을 호수 건너 멀리서 바라보면 따뜻함이 느껴져 왠지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반면 호수를 돌면서 호수 반대쪽 산들을 보면 칠흑처럼 어두워서 그 어두움에 놀라기도 한다.어떤 날, 그 까만 어둠은 지나간 어린 날의 추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이렇게 어두운 밤 손전등 하나 의지해.. 2021.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