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교천 은행나무 단풍을 구경할 때 쏟아지기 시작해서 제법 세차게 내리던 비가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니 그새 개어 있었다.
비가 오다가 개면 다른 때보다 더 맑고 투명한 세상이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씻어내려서일까.
말간 햇살 아래 펼쳐지는 풍경을 보러 신정호로 달려갔다.
이게 벌써 그끄저께의 일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감상한다.
며칠 있으면 사라질 풍경이기에......
무엇이 그렇게 붙잡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서도.
그러다 아예 길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로 다가가 풍경을 감상한다.
몇 년 새로 무척 달라졌다는 신정호 주변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저 오른쪽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려나 보다.
이러다 카페가 신정호를 둘러싸는 풍경이 될 것 같다.
자세히 보면 하늘을 나는 새 두 마리, 물 위에 오리 두 마리 둥둥.
연잎들에게도 내려앉은 가을.
멀리 보이는 저 산 사이로 난 길로 넘어가 한 바퀴 돌고 싶지만 오늘은 참는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오후엔 운동도 가야 하고......
내가 선 자리에서 왼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딱 봐도 한눈에 카페 건물이다.
신정호는 낮은 산으로 둘러 싸여 오목하게 들어앉아 있는 데다 크기도 적당(?)해서(둘레가 4.8km)
조금 높은 곳에 올라앉아 내려다보면 경치가 아주 좋다.
그래서인지 휴일이면 그 많은 카페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숨은 그림 찾기.
저 멀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인다.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나란히 나란히 서 있는 메타세콰이어들은 아래쪽부터 이제 막 단풍이 들고 있다.
노란 물감 칠해 놓은 것 같은 곳이 느티나무 쉼터의 은행나무 같다.
가을은 `쓸쓸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는 어느 분의 표현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가 공연히 쓸쓸한 마음이 들어
서서히 서서히 착 가라앉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여름날 장마철처럼 며칠간 비가 오다 개다를 반복하니 무지개도 떴다.
올해는 무지개를 자주 보았다.
다섯 번쯤 본 것 같은데 그중 가장 선명한 무지개였다.
무지개 중간은 끊기고, 온전히 한 장에 담을 수 없던 반대편의 무지개는 색상이 조금 흐렸다.
그나마 아쉽게도 언제 존재했냐는 듯 조금 있으니 스르르 스러져 가버렸다.
무 지 개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나의 가슴이 뛰네
어린 시절에 나의 가슴이 뛰었고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나의 가슴이 뛰네
내가 늙어서도 가슴이 뛰기를 기원하네
아니면 내가 죽는 것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삶의 날들이
나란히 자연의 경건 속에 머무르기를
(윌리엄 워즈워드·영국의 시인, 1770-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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