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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저녁을 거닐다

by 눈부신햇살* 2021. 10. 7.

 

 

낮엔 안산에 오르고 밤엔 신정호 둘레를 거닐었다.

여름날엔 이른 저녁을 먹고 가서 한 바퀴 돌고나도 아직 환해 하루가 길게 느껴져 좋았다.

가을이 되자 해가 짧아져 이제는 돌고 나면

아직 8시가 채 안 되는 시간이어도 완전한 어둠에 싸여 마치 깊은 밤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걷기 시작할 무렵 벌써 신정호수공원의 가로등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호수 주변 건물들의 불이 밝혀지면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노란 불빛을 호수 건너 멀리서 바라보면 따뜻함이 느껴져 왠지 마음까지 따스해진다.

 

반면 호수를 돌면서 호수 반대쪽 산들을 보면 칠흑처럼 어두워서 그 어두움에 놀라기도 한다.

어떤 날, 그 까만 어둠은 지나간 어린 날의 추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 어릴 때 시골에서 이렇게 어두운 밤 손전등 하나 의지해서 걸어본 적 있어?

  딱 그 불빛이 비치는 부분만 보이고 주변은 온통 시커멓잖아.

  그럴 때 어둠 속에서 손이 하나 쓰윽 나와 뒷덜미를 확 낚아챌 것 같았지?

또는 

- 어쩌다 보름달 뜬 밤이면 대낮 같이 환해서 밖에 나와 달빛 아래 놀기도 하고 그랬지?

 

세 살 차이인 우리 부부.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주거니 받거니 추억담을 나눌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나는 아주 잠시 잠깐 산 고향이지만 그 경험 속에 남편과 같은 시대의

놀이 문화나 생활 풍습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 맞아, 맞아. 그땐 그랬어!

 

만날 마음이 딱딱 맞는 것은 아니라서 또 어떤 날엔 괜스레 아무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나이 먹어서 화를 내기도 지치는지라 조금 있다가 금세 헤~ 하고 풀어진다.

` 그래, 사람은 잘 안 변해...... 나 역시 마찬가지고......'

체념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주로 CBS FM을 듣는데 시간대가 <배미향의 저녁스케치>가 방송되고 있을 때가 많다.

어쩌다 그 시간이 살짝 지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돌아오는 시간대에는 주로 샹송이 나와 `살바토레 아다모'의 노래를 자주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프로그램 속의 코너 <저녁을 거닐다>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 딱 우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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