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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달과 함께 걷는 밤

by 눈부신햇살* 2021. 10. 21.

 

어스름 저녁에 둥글고 뽀얀 탐스런 달이 산 위로 방싯 얼굴을 내민다.

 

조금 더 올라와서 산 위에 턱을 괸 듯한 모습이 된다.

 

금방 산 위로 올라가 둥실 떴다.

 

호수에 걸으러 가서 달이 어디 있나 둘레둘레 찾아보았다.

 

호수에 어린 달빛.

- 호수에 비치는 달빛 보여?

- 네. 제가 그걸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나쁘지도 않고, 알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둥글고 탐스럽던 달은 음력 십오일 보름달이 아니라 놀랍게도 열나흗날의 달이었다.

 

 

 

딱 보름날의 둥근달이 떴다.

어제 호수를 도는 내내 달 보며 예쁘다고 엄청 감탄사를 바쳤지만

오늘의 달은 더, 더, 환하게 밝고 예뻤다.

 

 

그렇지만 옆에서 걷기 리듬 깨진다고 투덜대 계속 찍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 지금 이 시간은 저녁이야, 밤이야?

- 밤이라고 해야겠지?

 

여름날 같으면 아직 저녁이었을 시간이

가을이 깊어가면서 밤이 되었다.

노랗게 휘영청 떠서 내려다보고 있는  달을 보자니

김용택 님의 시도 한 수 떠오르는 가을날의 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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