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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신정호 주변 안산에 올라

by 눈부신햇살* 2021. 9. 28.

 

 

안산 쪽으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가 이정표에서 `샘터'를 발견했다.

샘터라고 해서 오래된 역사가 있는 유물쯤으로 여겼더니 약수터였다.

혼자서 실없는 여자처럼 한번 웃고 약수를 한 바가지 마셨다.

아직 한낮에는 더워서 땀을 흘리다가, 비록 낮은 산이지만 마스크 쓰고 산행하느라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마시는 한 바가지의 물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다시 층계 길로 돌아가야 하는데 꾀가 나서 그냥 약수터 옆길로 들어섰다.

어느 어르신이 양손에 스틱을 짚고 내려오시길래 여쭤봤다.

- 이리 가도 안산 정상이 나오나요?

 

층계가 싫어서 그 길로 내려왔다는 할머니가 내려오신 길로 올라가다가

바스락 소리가 나서 보니 청설모가 보인다.

- 한 장만 찍을게. 가만히 있어 봐.

찍어서 확대하여 보니 청설모 입에 물린 밤 한 톨. 모델 포즈 굿!

 

그뿐이랴. 어디선가 다다다다~ 나무 쪼는 소리가 나서 보니 딱따구리 한 마리가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다.

멀리서 찍어 확대하여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머리의 붉은색이 예쁜 새.

 

안산 쪽에서는 신정호가 잘 보일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지만 

고작 이렇게 밖에 볼 수 없는 신정호.

그래도 너 거기 있어 내가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있어 반갑구나!

 

고사리가 무성한 길을 지나

 

데크 길을 지나

 

오솔길을 지나

 

어디쯤인가 찾아 헤매며 가고 또 가다가

 

만난 봉수대.

이쪽으로 가면 `천년바위'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나가는 여인네에게 물었더니 가다 보면 있단다.

 

그 근처 어디쯤에서 만난 풍경.

저 멀리 설화산이 보이고, 설화산 뒤쪽 오른편으로는 천안과 아산에 걸쳐 있는 광덕산이 펼쳐진다.

 

그리고 도중에 포기할까 몇 번 생각했던 천년바위를 드디어 만났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 보인다.

 

안산 정상은 어디메인지 보이지 않고 한참 걸어와 천년바위 보고 나니 이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지나쳐 올 때 낯익은 곳을 이정표에서 보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 느티나무 쉼터 쪽으로 내려 가자.

 

호젓하고 고즈넉하기 짝이 없는 말간 햇살이 나무들 사이사이로 비치는 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어 내려간다.

아무 노래라도 흥얼거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노래가 없어

그냥 허밍으로 음~ 음~ 랄~ 랄~ 라~~~~.

 

 

이런 호젓한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난 신정호.

 

신정호가 보인다 보여!

반가움이 와락 달려들고 멋지게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한다.

 

 

오른편으로도 이렇게 신정호가 보이고

 

무덤가로 난 길로 조금 더 내려오자 멀리 보이는 아산 그린타워.

 

느티나무 쉼터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다리도 쉴 겸 퇴색해가는 연잎들을 바라보며 호수멍.

 

돌아오는 길에는 오랜만에 양들을 보러 갔다.

양이 나를 빤히 쳐다보네. 

양의 순하디 순한 얼굴이 좋아 자꾸 쳐다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

근데 니들은 너무 냄새가 나는구나!

 

흑염소(맞나? 산양인가?)에게 이쪽 좀 한 번만 바라봐 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끄떡 않는다. 칫!

 

오늘도 여전히 연잎 하나 들고 물놀이하는 소년을 지나쳐

 

수생식물들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어여쁜 꽃도 보다가

 

아직은 싱그럽고 푸르른 나무들도 보다가

 

풍년 든 산사나무 열매도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 1만 2천 5백 보  조금 넘게 찍힌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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