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살짝 내리고 이어 아침에도 희끗희끗 날리던 눈이
얼어붙은 호수를 하얗게 만들었다.
눈 그친 날이 으레 그러듯이 쨍하게 맑은 날,
기온은 차서 코끝도 찡한데 생각 밖으로 많은 이들이 길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
더러 털모자 위에다 외투에 달린 모자를 이중으로 쓰고 호수를 돌고 있었다.
그렇게 추워도 한 바퀴 돌고 나니 몸에 열이 올라 조금이나마 추위를 잊게 되었다.
한 바퀴 돌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침표를 찍어주듯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과 함께 다시 한 송이 두 송이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는데
정녕 바람에 날리는 이것이 눈인지 억새의 씨앗인지 믿기지가 않아
눈을 부릅뜨고 확인하다가 땅바닥에 닿아 녹으며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정말 눈이구나, 인정!
돌아오는 길, 먼지처럼 풀풀 흩날리다가 중간쯤 왔을 때는 이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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