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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27

안개 자욱하던 날 1월 13일 안개 자욱하던 날 호수에 갔더니 멀리 황산의 꼭대기만 빼꼼히 보였다. 산 맞은편으로 갈 때쯤엔 꼭대기마저 안갯속으로 숨어버렸다. 왕버들나무 숲 아래로 안개가 뽀얗게 깔렸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내 솜씨론 표현할 길이 없다.ㅠㅠ 가까이 다가오니 어느새 사라진 안개. 1월 5일 또 다른 어떤 날엔 이탈리안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에 과식으로 부대껴 꺽꺽거리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너무 추워서인지 행인이 뜸했다. 아무리 추워도 한 바퀴 돌기가 끝날 무렵엔 몸에서 열이 났다. 오늘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소소한 만족감과 상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1월 29일 설 쇠고, 며칠 뒤 어머니 생신도 쇠고 난 어제, 호수에 걸으러 갔더니 조금씩 녹아가던 호수가 영하 17도 .. 2023. 1. 30.
겨울 이야기 2 호수 가득 하얗게 눈 쌓인 풍경이 보기 좋아서 다음날엔 낮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하루 사이에 풍경이 변했으면 얼마나 변했으리라고 나는 또 마치 새로운 풍경을 접하듯이 어제 보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넓게 펼쳐지는 신정호의 하얀 겨울 속으로 빠져 들었다. 뽀드득뽀드득, 사각사각, 사박사박 흰 눈 밟고 걸어가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은 무서워 등산화 신고 걸어가요. 멀리 보이던 갱티고개 옆 황산이 가까운 곳의 안산 끝자락 뒤로 숨고, 갱티고개 옆 오른편으로 금암산이 보인다. 금암산 옆으로는 보갑산에 이어 덕암산이 순천향대까지 이어지나 보다. 지리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한 덩어리 같아도 길게 이어지는 산 봉우리마다 다 따로 이름이 있어서 신기하다. 외암마을 맞은편 평촌리 서남대학교 뒷.. 2022. 12. 28.
겨울 이야기 1 시댁에서 돌아온 크리스마스날 오후에 짐을 부리자마자 신정호로 달려갔다. 헤아려 보니 한 달여 만에 오는 신정호였다. 그러니까 근 한 달 동안 헬스 포함 운동을 쉰 셈이다. 마음이 복잡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 일쑤인 나날이었다. 그래도 그 사이에 일산에 두고 왔던 우리의 남은 짐들이 트럭에 실려 내려오기도 했고, 아들부부가 쓰겠다는 일부 물건들을 남겨 두었으므로 이곳에서 새로 사기도 하여 은근히 바쁘기도 하였다. 우리가 새로 샀던 소파는 아들이 쓴다고 하여 소파값을 받아 이곳에서 새로 소파를 샀고, 거실장과 서랍장은 그냥 아들네에 주고 우리가 새로 샀다. 그동안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로부터 집이 너무 휑해서 세컨하우스냐는 질문까지 받았던 집 내부가 이제야 제대로 갖춘 꼴이 되었다. 내가 찍고, 남편.. 2022. 12. 27.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인디언 달력에서 11월을 일컬어 이란 표현이 간혹 엉뚱하게 해석되는 날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북서쪽으로 난 창의 커튼을 젖히면 자욱한 안개로 놀라는 날들이 연일 이어지는 달이 11월인가 싶다. 안개로 가렸다가 이내 걷히면서 짜잔! 나 여기 있었지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거야, 하는 듯이 매일매일 안개가 낀다. 원래 11월이란 달에는 큰 일교차로 그리 안개가 자주 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11월이 되자 안개가 자주 낀다는 것을, 어떤 날엔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오리무중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 날들이고, 그것을 평상시엔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는 이곳 소도시 변방에서 살면서 새삼스럽게 더 잘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기 시작하자 찍은 사진. 정말로 자욱하면 아무것도 .. 2022. 11. 22.
뒤늦게 본 드라마 <서른, 아홉> `마흔을 코 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라고 TV검색에서 소개하고 있는 12부작 드라마 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더가까이 님께서 소개하신 글을 보고 찾아보게 된 것이다. 보기 전부터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가 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해서 한 번씩 훌쩍거리게 되었고, 남편은 건수 잡았다는 듯이 놀렸다. 남편 인생의 낙 중 7할은 아내 놀리기인 듯......ㅋㅋ 놀리면 반응을 하지 말아야 하거늘 번번이 발끈해 약올라하며 놀리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또 주거니 받거니 투닥투닥하는 재미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거니......하고 여긴다. 고등학생 때.. 2022. 11. 16.
어느 여름날의 황혼 비가 오다 말다 하던 지나간 8월의 어느 저물녘 산책길에서 무지개를 보았다. 해지는 반대편 동쪽(길치 및 방향치여서 확실하진 않음)으로 무지개가 떠오를 때 조금만 더 선명해져라, 조금만 더 하고 간절히 주문을 걸었지만 딱 저만큼만 피어오르다가 그마저도 금방 스러져갔다. 우리가 그 무지개에 감동받으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행인들을 바라보니 그들은 등 뒤로 무지개가 뜬 것을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 우리가 보고 또 쳐다보는 데도 무엇을 그렇게 쳐다보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저렇게 무지개가 떠도 그것을 보는 사람이나 혹은 보이는 장소에 있게 된 사람이나 보는구나! 이렇게 완전한 반원 모양인데 색깔만 조금 더 짙었으면 을매나 좋았을꼬. 그래도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 굳이 변명하자면 사진에는 .. 2022. 9. 21.
오늘의 걷기 오늘은 걸어서 신정호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가면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합하여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그동안 인적 뜸한 인도 위를 덩굴 식물들이 점령하여 길이 없어진 곳들이 많았는데 그사이 제초작업을 하여 다시 길이 나타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반가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이따금 차로 넘어가곤 하는 갱티 고개를 배경으로 한 논의 벼들은 아직 푸르다. 초사천을 정비하면서 둘레에 울타리를 친 이 나무를 가까이서 보려고 나무 옆으로 넓게 새로 난 하지만 아직은 포장하지 않은 흙길로 접어들었다. 깔끔하게 나무 둘레를 단장하여서 왠지 나무가 대접받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쪽에서 보니 논의 벼 색깔이 완전 초록이 아니고 누렇게 익어가는 중인 것 같다. 신정호에 당도하.. 2022. 9. 18.
따로 또 같이 그제 남편이 출장을 가서 저녁을 먹고 습관대로 혼자서 신정호에 갔다. 새로 들어선 다리 위에서 신정호로 흘러드는 초사천 쪽 물을 보니 비가 자주 내려 흙탕물이다. 맑고 푸른 물에 나무가 비친다면 더 예쁜 풍경이 될 텐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저 커다란 나무 몇 그루는 버드나무보다 잎이 조금 넓고, 가지가 크게 벌어지고, 곧바로 자라지 않고 가지가 비스듬히 자라는 경우가 많으며 축축하고 습한 땅을 좋아해 대체로 바로 옆에 물이 있는 개울가에 터를 잡는다는 왕버들나무겠지. 그 앞에 은행나무는 벌써 저 혼자 빠르게 노랗게 물들었다. 저러다 잎도 빨리 떨구겠지......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연꽃들이 다 오므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잠깐씩 햇살이 비추는 때도 있어서인지 저렇게 비에 젖으며 꽃잎이 활짝 벌어져.. 2022. 8. 24.
햇볕은 쨍쨍 땀방울은 줄줄 8월 중순 한낮 햇볕의 기세는 아직도 대단하다. 다리가 검게 타는 것은 괜찮지만 팔과 얼굴이 타는 것은 마음에 걸려 반바지에 모자 쓰고 팔 토시 끼고,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선글라스 쓰고 나름 완전 무장 복장으로 호수에 갔다. 올해는 주로 해 질 녘에만 신정호를 한 바퀴씩 걸었음에도 몇 번의 여름 나들이 때문인지 발등이 까매지고 샌들 자국이 하얗게 남았다. 수국은 꽃송이가 커다래도 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던데 나무수국의 꽃들은 고개를 떨군다. 커다란 꽃송이. 지나칠 때면 향기도 나는데 무슨 향기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 옛날 엄마 화장대의 분 냄새? 어린 날 시골집의 생울타리였던 무궁화. 까만 진딧물이 어찌나 극성을 부리던지 꽃 보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라곤 했는데 신정호 무궁화나무들은 멀쩡하다.. 2022.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