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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따로 또 같이

by 눈부신햇살* 2022. 8. 24.

 

그제 남편이 출장을 가서 저녁을 먹고 습관대로 혼자서 신정호에 갔다.

 

 

새로 들어선 다리 위에서 신정호로 흘러드는 초사천 쪽 물을 보니 비가 자주 내려 흙탕물이다.

맑고 푸른 물에 나무가 비친다면 더 예쁜 풍경이 될 텐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저 커다란 나무 몇 그루는 버드나무보다 잎이 조금 넓고,

가지가 크게 벌어지고, 곧바로 자라지 않고 가지가 비스듬히 자라는 경우가 많으며

축축하고 습한 땅을 좋아해 대체로 바로 옆에 물이 있는 개울가에 터를 잡는다는 왕버들나무겠지.

그 앞에 은행나무는 벌써 저 혼자 빠르게 노랗게 물들었다. 저러다 잎도 빨리 떨구겠지......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연꽃들이 다 오므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잠깐씩 햇살이 비추는 때도 있어서인지 저렇게 비에 젖으며 꽃잎이 활짝 벌어져 있더라.

 

 

연밥도 멋지다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든다.

사람 생각은 비슷해서 이 연밥을 찍는 사람들을 더러 본다.

어떤 날 해 질 녘엔 커다란 렌즈 달린 사진사들을 보기도 한다.

지나치며 어떤 풍경이 담기는지 흘끔흘끔, 그러나 아주 유심히 훔쳐보기도 한다.

 

등나무 터널 속 눈 결정체 모양의 조명등이 멋지게 빛나던데 사진에는 별로다.

 

 

맨 처음엔 칠엽수 사이에 커다란 매미가 공중에 가만히 있어서 의아해했다.

자세히 보니 거미줄에 걸린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까 평소에 흔하게 보던 거미보다 덩치가 훨씬 큰 거미가 나타났다.

내가 가까이서 사진 찍는 것쯤 아랑곳하지 않고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다.

 

거미줄로 잡아 놓은 매미에게로 거미줄을 타고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내려가는 솜씨에 감탄한다.

 

 

거미의 포식 시간. 잠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호수를 돌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부부처럼 매일 함께 돌던 이들이 언젠가부터 혼자 돌고 있어서 남편이 많이 바쁜가 보다 생각되는 여인과도 마주치고,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 딸과 함께 매일 도는 모녀도 마주쳤는데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느껴진다.

몸으로 말을 건네는 것이. 왜 오늘은 혼자 도세요?

 

 

 

어제는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과 함께 호수를 도는데 봄이면 피라칸사 꽃이 하얗게 피는 생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집의

텃밭과 입구 쪽에 하얗게 꽃이 피었다. 이게 붉나무인지 가죽나무인지 확인하러 길을 건너가 보았다.

참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은 나란 여자......ㅋㅋ

줄기에 나란히 돋아난 잎과 잎 사이에 날개잎이 없는 걸로 보아 가죽나무라고 짐작한다.

그 옆엔 엄나무도 있는데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으려고 주로 이런 나무들을 심었나 싶다.

 

 

마가목 열매도 주렁주렁

 

 

여름만 되면 마름이라는 수초가 신정호를 뒤덮는데 해마다 늦여름에 걷어내어도

다음해가 되면 호수에 넓게 번져서 그 번식력에 놀라곤 한다.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은 목백일홍이고, 배기롱 배기롱 하다 배롱나무가 되었다더니

정말 석 달 열흘 백일 동안이나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배롱나무를 

마당이 있다면 한 켠에 심어 두고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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