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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헬스장은 위험해!

by 눈부신햇살* 2022. 7. 31.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풍경

 

 

 

내가 이곳 행정복지센터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는 시간은 한가로운 오후 3시 즈음이다.

시간대가 그래서인지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운동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낯이 선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자전거 위에 앉으셔서 내게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물어 오셨다.

유감스럽게도 10여 년 헬스장을 다니면서 내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운동 기구였다.

 

내가 이용하는 기구는 운동 전후로 러닝머신에서 15분씩 몸을 풀어주고

`펙 덱 플라이' `렛 풀 다운' `시티드 로우(아쉽게도 이곳엔 없다)' `체스트 프레스' `바이셉스 컬(이것도 없다)'

`레그 컬' `시티드 레그 프레스' `레그 익스텐션' `이너 타이 머신' `백 익스텐션' `평행 바 레그 레이즈'이다.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려고 이따금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기구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융통성 제로인 나는 요 몇 가지 기구를 돌려 사용하며 하루는 상체 운동, 하루는 하체 운동을 한다.

 

하루는 그 할머니께서 러닝머신에 올랐다.

그때 나는 체스트 프레스를 하고 있었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하필이면 오전 11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두 시간씩 상주하는 트레이너가 퇴근한 후였다.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시길래 속도 3쯤에다 맞추고 천천히 걸으시나 보다 안심하였다.

그러나 이내 다급해지는 발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러닝머신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고

할머니는 빠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허둥지둥하다가 러닝머신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며

앞으로 팔을 짚으시며 팍 엎어지셨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헬스장에서 두 번째 보는 광경이었다. 일산의 큰 헬스장에서 어떤 분이 러닝머신 이용하다가

정지시키지 않고 간 자리에 다른 아주머니가 무심히 올라서다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그분은 뒤로 넘어져서 그때도 상당히 위험했었다.

 

운동하던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놀라서 뛰어갔고 일으켜 세워주려고 하자

너무 놀라셨는지 잠시만 그대로 있겠다고 하셨다. 그러다 조금씩 움직여 살짝 옆으로 누우셨다.

얼마쯤 그렇게 계셨다. 그때 운동하던 대여섯 명 중에 여자는 나 혼자여서

가슴께로 밀려 올라간 티셔츠를 내려드리고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는데 오른쪽 팔 쪽이 아프다고 하셨다.

아프지 않은 왼쪽에서만 부축해 일으키는데 남자분들은 내외를 하느라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몸집이 제법 있으셔서 나도 모르게 끙 힘주는 된소리가 흘러나왔다.

힘들게 일으켜 세웠더니 정말 어이없게도 나는 다음날 허리가 살짝 아플 정도의 근육통이 왔다.

어떤 남자분과 내가 사시는 곳까지 태워다 드릴까 여쭈었더니 싫다고 하셨다.

의자에 잠깐 앉아계시다가 동장님 모셔 와서 여직원 둘과 함께 넷이 병원으로 가시는 것을 보는 것이 끝이었다.

 

친정에 다녀오느라고 며칠 만에 헬스장에 가서 다른 분께 물어보니 어찌 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틀 후엔가 동장님 불러오셨던 그분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오른쪽 어깨가 골절되고 심줄이 세 개나 끊어져서 수술해야 된다고 한다.

애고, 사실 헬스장의 모든 기구가 잘 못 이용하면 모두 흉기가 되는 곳인데

헬스장 나오신 지 일주일 만에 당하는 변고였다고 한다.

더욱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두 분이서만 사신다는데.......

얼른 쾌차하시길 바라며 헬스장은 위험한 곳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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