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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이런 일도 생기더라고요

by 눈부신햇살* 2022. 8. 22.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입구에서부터 걸어 들어가면서 차례대로 야채부터 시작해 생닭까지 몇 가지 물건을 싣고,

카트를 옆에 세워두고 즉석식품 코너에서 무엇을 살까 말까 망설이며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몇 사람이 서 있던 그곳에 안에서 조리복을 입은 남자분이 투명 플라스틱 뚜껑의 상자에

포장된 물건을 몇 개 들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개씩 받아 가는데 그게 내 앞에서 딱 끊기는 것이었다.

나는 줄을 선 것도 아닌데 마치 줄을 서서 기다렸던 형국이 되었다.

 

나는 이 상황이 의아스러워 멀뚱 거리며 그 하얀 조리복의 남자를 쳐다보았는데

그분이 아주 난처하다는 웃음을 띠며 내게 한 시간 후에 다시 나올 것이라고 위로를 담은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한 개씩 받아가던 그 물건을 흘끔 쳐다보았는데 그것은 프라이드치킨이었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하자니 이상한 것 같기도 하여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웃는 것으로 답을 했다.

그리고 내 앞에 진열되어 있던 닭강정 한 상자를 들어 카트에 담으려고 하는데

어라! 내 카트가 사라져 버렸다. 순간 당황했다. 이게 무슨 일이고?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내 카트.

그러다 드는 생각이 누군가가 치킨 상자 받아 들고 자기 카트인 줄 알고 밀고 갔구나!

멀리 못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공연히 남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내가 고른 물건인가, 하고 들여다보는 게 이상하게 비칠 것 같다.

그렇다고 혹시 내 카트 아니냐고 누구를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고......

 

조금 전 식품매장으로 내려오기 전에 이층의 세탁편의점에서 찾은 오늘 장 본 것들보다 더 돈 나가는

니트가 계속 머릿속으로 오갔다. 행여 그 니트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난감한데......

 

오락가락하면서 둘러보아도 찾을 수가 없어 혹시나 하고 계산대 쪽으로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카트 바닥에 평면 포장된 세탁물 니트와 내 시장바구니가 보였다.

- 어, 이거 제 카트인데요.

그분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 그러니까요. 제가 산 물건들과 너무 비슷하게 담겨서 제 카트인 줄 알았어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림잡아 육십 중반쯤 되실 것 같은 남자분이다.

카트를 내게 넘겨주면서 아까 받은 치킨 상자만 쏙 빼들고 미안하다는 말씀은 잊어버리고 가시는 것이었다.

휴우~!

찾아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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