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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서울에서 며칠

by 눈부신햇살* 2022. 7. 29.

 

 

 

남편이 이틀 밤을 밖에서 자고 오는 출장을 간다길래 냅다 친정으로 달려갔다.

 

 

 

엄마가 이곳으로 처음 이사 왔던 이십오 년여 전만 해도 이 일대가 먹골 배밭이어서

봄이면 멀리 배꽃이 내다보이는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었는데

오늘날엔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시야를 다 가리게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장어구이 먹고 함께 오르는 앞산.

가느다란 다리, 내 다리의 반쪽인 다리로 오르는 엄마가 염려스러워 자꾸 오를만하냐고 묻게 된다.

너무 힘들어해서 잠깐 쉬라고 하고 사진 한 장 찍는다.

 

 

누군가 동글동글한 예쁜 돌들로 귀여운 탑을 쌓아 놓았다.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타나자 엄마, 저기 봐봐, 순 아파트들이지?

 

 

조금 더 올라가서 내려다보며 저곳은 어디고, 저쪽은 어디고......

 

 

200m도 안 되는 산을 오르면서 힘들어하는 엄마를 어르고 달래 꼭대기 전망대에 다다랐다.

- 봐봐. 저기 남산타워.

- 어디? 어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 저어기!

- 애걔, 성냥개비 같네!

ㅎㅎㅎ......

 

 

- 이쪽엔 롯데월드타워!

- 어디? 어디?

 

 

이렇게 두둥~!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서 보여드린다.

 

내 예상과 다르게 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에 큰 관심 없는 엄마는 벌써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에서 약수 한 바가지씩 시원하게 들이켜고,

 

 

누군가 이렇게 멋진 탑을 작품처럼 쌓아 놓아 감탄하고,

 

 

이 예쁜 꽃의 이름이 뭐냐고 해서 <상사화>라고 알려드린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상사화라고 한다고.

엄마 - 어쩐지 잎은 없고 꽃만 있더라.

 

3박 4일 친정에 묵는 동안 엄마의 지극한 <나는 솔로> 프로 사랑.

보고 또 보고, 채널 돌리다 우연히 발견하기만 해도 당장 채널 고정하고 푹 빠져서 시청하는

<나는 솔로> 애청자. 사람들의 심리를 요모조모 보는 것이 재미있으신가.

 

 

 

내가 친정에 갔던 그 밤에 큰아들에게서 날아온 사진 한 장.

산세베리아 꽃이 피었단다. 내가 일산으로 이사 갔던 해에 샀으니 15년 정도 된 것인데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 산세베리아 꽃은 생전 처음 본다.

이런 꽃이 피는구나!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나누는 말. 행운이 찾아오려나?

 

3박 4일씩이나 묵었건만 내가 떠나오는 날에 서운함이 가득한 얼굴로

요거 조거 몇 가지 싸주시면서 어쩔 줄 몰라하신다. 

엄마가 해결하지 못하던 몇 가지를 해결해 주고, 맛난 것도 함께 먹고,

함께 텔레비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그 시간이 참 좋다고 하실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살짝 무거워진다. 이게 인생이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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