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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질투쟁이들과 함께 한 열흘

by 눈부신햇살* 2022. 9. 6.

생전 처음 나 홀로 고양이들과 함께 한 지난 열흘간,

고양이들이 그렇게나 질투의 화신인 줄 몰랐다.

서로 내 사랑과 관심을 받아보겠다고 으르렁거리다니.....

 

나는 저 동그란 호빵 같이 생긴 얼굴이 참 귀엽다.

하얀 턱밑과 하얀 발조차도 참 이쁘기만 하다.

나는 자꾸 검지로 발등을 쓰다듬으며 발이 몰랑몰랑 하야니 참 예쁘게 생겼다고 감탄한다.

순둥순둥한 성격. 몸의 무늬가 덩치 작은 호랑이를 떠올리게 해서

어느 순간 저 녀석이 어슬렁거리고 걸어가면 동물원에서 이제 막 뛰쳐나온 것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명 <식빵 굽는 자세>?

 

나의 껌딱지였던 그녀.

맨 처음엔 내 의자 밑이나 옆에 자리를 잡더니

어느새 떡하니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뒤 침대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떠날 줄 모르고 한숨 늘어지게 주무시네.....

그러다가도 내가 거실로 나가면 또 이내 따라 나온다.

꿀잠 자고 있었던 것 아니냐옹?

 

호빵 같은 녀석이 줄곧 내 옆에 붙어 있어

처음엔 나를 멀리 하더니 나중엔 질투의 화신으로 돌변.

호빵 같은 아다를 예뻐하고 있는 듯하면 어디선가 다다다다 재빠르게 다가오는 털북숭이 그녀.

그러곤 머리를 몇 번이나 지치도록 들이밀며 야옹 신호를 보내며 쓰다듬으라고 한다.

나중엔 내 손과 팔도 핥아주더라......

 

분명 암고양이인데도 불구하고 수고양이 같은 카리스마를 갖고서

으르렁거리며 하악질을 해서 둘 사이의 기선을 제압한다.

그럴 때면 아다는 슬그머니 눈과 꼬리를 내려뜨리다가

어쩔 땐 같이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기도 하지만 이내 고양이 특유의 앞발로 날리는

`까불지 마' 펀치에 한 방 맞기도 한다. 털북숭이 울랑프 승!!!

지켜보는 나는 "싸우지 마!"하고 말리는데 신기하게도 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멈추곤 한다.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다.

털북숭이 울랑프가

- 너는 왜 저 아주머니 옆을 독차지하는데?

그러면 호빵 아다가

- 그게 뭐 어때서?

대꾸하며 싸우는 듯한 느낌.ㅎㅎ

 

애정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듯 한없이 쓰다듬으라고 머리를 들이대다가 어느 정도 만족하면 이내 벌러덩~

그런데 네가 저 테이블 기둥 긁어놓은 거냐옹?

 

 

 

 

뭐니 뭐니 해도 둘이 함께 있는 그림이 제일 예뻐!

 

나는 아직 고양이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잠자는 것까지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문을 열고 나오면 호빵 아다가 방문 앞에

앞발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 아주 공손한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감동.

- 너 나 기다린 거니? 아이고, 이뻐라!

 

그런가 하면 녀석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잠시라도 방문을 닫을라치면  방문 앞으로 와서 야옹~,

베란다 쪽으로 돌아와 창문 밑에서 야옹~, 이중창의 투명 유리문만 닫아 놓은 상태이면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야옹~ 울어서 문을 안 열어줄 수가 없다.

 

함께 있을 때에도 잠시 관심을 끊을라치면 수시로 내게 말을 건다.

그때는 야옹이 아니라 으응? 비슷한 소리인데 대꾸를 꼭 해줘야 한다.

- 왜? 왜 그러는데? 심심해? 놀아줘?

이 상황이 몇 번씩 반복되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다른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다.

 

울랑프도 참 귀엽지만 나를 유난히 따르는 아다는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느 때는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위로감도 주어서 놀라운 순간도 생겼지만

심하게 날리는 털과 아무리 청소해도 나는 애완동물로 인한 냄새는 적응하려면 좀 힘들겠다 싶다.

 

 

 

 

 

캣타워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좀처럼 잘 오르지 않아서 뜻밖이었다.

저 쥐 인형을 마구 흔들었더니 올라갔다.

잘했어, 멋지다!

환호성과 함께 감탄의 박수 짝짝짝~!!!

 

마치 강아지 마냥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너희들이 당분간은 눈앞에 어른거릴 것 같다~

 

 


9월 7일 저녁 6시 반쯤 아들 부부가 집에 도착했더니

그 전날 오후 2시 즈음부터 사람이 비어있어 자기들끼리 하룻밤을 지새워서였는지 아다가 삐쳤더란다.

아니 다른 때도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아다는 삐치곤 한단다.

아마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리라......

 

 

삐친 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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