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정호의 사계(四季)

안개 자욱하던 날

by 눈부신햇살* 2023. 1. 30.

 

1월 13일

 

안개 자욱하던 날 호수에 갔더니

멀리 황산의 꼭대기만 빼꼼히 보였다.

산 맞은편으로 갈 때쯤엔 꼭대기마저 안갯속으로 숨어버렸다.

 

 

 

 

 

 

 

 

 

왕버들나무 숲 아래로 안개가 뽀얗게 깔렸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내 솜씨론 표현할 길이 없다.ㅠㅠ

 

 

가까이 다가오니 어느새 사라진 안개.

 

 

 

1월 5일

또 다른 어떤 날엔 이탈리안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에

과식으로 부대껴 꺽꺽거리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너무 추워서인지 행인이 뜸했다.

아무리 추워도 한 바퀴 돌기가 끝날 무렵엔 몸에서 열이 났다.

오늘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소소한 만족감과 상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1월 29일

설 쇠고, 며칠 뒤 어머니 생신도 쇠고 난 어제,

호수에 걸으러 갔더니 조금씩 녹아가던 호수가 영하 17도 강추위에

다시 얼어붙어 묘한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벌써 2월이 턱 밑에 와있네.

 

연일 강추위라는 데도 불구하고 어제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헝클어 놓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도 어느새 봄이 와서 깃들은 것만 같다고 말하게 되었다.

정말로 봄이 와서 깃들은 걸까?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그렇게 성급하게 봄을 느끼는 걸까?

호수는 저리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도 봄을 바라는 내 눈에는

영산홍의 이파리들 마저 이제 푸른 기운을 띠기 시작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신정호의 사계(四季)'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의 마지막 날  (0) 2023.02.28
2월, 해빙기  (22) 2023.02.17
모여라 눈사람!  (28) 2023.01.02
겨울 이야기 2  (36) 2022.12.28
겨울 이야기 1  (20) 2022.12.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