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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겨울 이야기 2

by 눈부신햇살* 2022. 12. 28.

호수 가득 하얗게 눈 쌓인 풍경이 보기 좋아서 다음날엔 낮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하루 사이에 풍경이 변했으면 얼마나 변했으리라고 

나는 또 마치 새로운 풍경을 접하듯이 어제 보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넓게 펼쳐지는 신정호의 하얀 겨울 속으로 빠져 들었다.

 

 

 

 

뽀드득뽀드득, 사각사각, 사박사박 흰 눈 밟고 걸어가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은 무서워 등산화 신고 걸어가요.

 

멀리 보이던 갱티고개 옆 황산이 

 

가까운 곳의 안산 끝자락 뒤로 숨고, 갱티고개 옆 오른편으로 금암산이 보인다.

금암산 옆으로는 보갑산에 이어 덕암산이 순천향대까지 이어지나 보다.

지리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한 덩어리 같아도 길게 이어지는 산 봉우리마다 다 따로 이름이 있어서 신기하다.

 

외암마을 맞은편 평촌리 서남대학교 뒷산은 승주골산,

그 옆의 산은 월라산, 

경찰교육원 뒷편의 산은 황산,

황산자락 뒤로 갱티고개 옆에 있는 산은 도망산(이름도 희한하고 재미나다. 도망 다니던 산인가,

길을 잃고 헤매던 산인가...^^) 등등......

 

 

저 산의 이름은 안산, 왼쪽 남산터널 옆으로는 남산.

 

하얀 눈 위에 새겨진 누군가의 발자국.

바둑이가 지나갔을 리도 없는데......

 

호수를 돌다가 눈 쌓인 호수에 비치는 햇빛이 좋아서

해가 뜬 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면 해 모양이 뭉그러져 사진에 담긴다.

대학교 평생교육원으로 사진을 배우러 다니고 전국 곳곳으로 사진 찍으러 다니며

이따금 전시회도 하신다던 큰아주버님이 알려주신 대로 

스마트폰 화면 속의 해를 한 번 콕 눌러주면 해가 얼추 동그란 모양이 되어 담긴다.

 

해를 마주 보고 찍으면 깨알 모양의 동그란 빛이 사진 어딘가에 꼭 생기곤 하는데 

그건 어떻게 없애는지 모르겠으며 사진을 찍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도 못한다.

하얀 눈을 찍으면 회색으로 담기는데 하얗게 찍으려면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셨는데

그 내용도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난다.

 

 

저 멀리 오른편으로 다솜교 보이고, 왼편으로 옥련암이 보인다.

 

나목들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 자태로 차가운 물속에 발 담그고 꿋꿋이 서 있는지...

잎새 훌훌 털어낸 나목들이 빚어내는 겨울의 아름다움.

 

나목들 사이로 보이는 그린타워.

 

옥련암

 

 

 

 

 

 

 

바람은 점양동에서 방축동 쪽으로 부는지 헝클어진 머릿결 같은

베이지색 갈대들이 일제히 방축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밥은 푹 고꾸라져 있고,

 

 

 

겨울해는 노루꼬리처럼 짧아서 분명 낮이라고 생각하며 호수에 갔지만

온갖 해찰을 하며 도는 중에 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으면 어느덧 석양의 느낌이 난다.

하지만 4시 30분 즈음.

 

<아침과 늦은 오후의 햇살은 사진의 색감을 풍부하게 하고 그림자를 드리워 물체의 입체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준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자리를 비울 시골집 큰아주버님의 책꽂이에서 

많은 사진 관련 책들 중에 뽑아 든 한 권의 책,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 장>에서 이 문구를 발견하고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내가 늦은 시간에 호수 산책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것들이

우연의 일치로 사진 잘 찍히는 시간을 맞추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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