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안개 자욱하던 날 호수에 갔더니
멀리 황산의 꼭대기만 빼꼼히 보였다.
산 맞은편으로 갈 때쯤엔 꼭대기마저 안갯속으로 숨어버렸다.
왕버들나무 숲 아래로 안개가 뽀얗게 깔렸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내 솜씨론 표현할 길이 없다.ㅠㅠ
가까이 다가오니 어느새 사라진 안개.
1월 5일
또 다른 어떤 날엔 이탈리안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에
과식으로 부대껴 꺽꺽거리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너무 추워서인지 행인이 뜸했다.
아무리 추워도 한 바퀴 돌기가 끝날 무렵엔 몸에서 열이 났다.
오늘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소소한 만족감과 상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1월 29일
설 쇠고, 며칠 뒤 어머니 생신도 쇠고 난 어제,
호수에 걸으러 갔더니 조금씩 녹아가던 호수가 영하 17도 강추위에
다시 얼어붙어 묘한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벌써 2월이 턱 밑에 와있네.
연일 강추위라는 데도 불구하고 어제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헝클어 놓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도 어느새 봄이 와서 깃들은 것만 같다고 말하게 되었다.
정말로 봄이 와서 깃들은 걸까?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이 그렇게 성급하게 봄을 느끼는 걸까?
호수는 저리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도 봄을 바라는 내 눈에는
영산홍의 이파리들 마저 이제 푸른 기운을 띠기 시작하고 있는 듯 보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