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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무르익은 가을

by 눈부신햇살* 2022. 11. 14.

가을이 되어 해가 짧아지자 이른 저녁을 먹고 여섯 시 반쯤 호수에 가도 어둑해지곤 하였다.

토요일, 점심 먹고 두 시 반쯤 호수에 갔더니 호수 둘레로 내려앉은 가을이 한창이었다.

키 큰 꺽다리 메타세쿼이아도 붉게 붉게 물들어 호수를 감싸고 서서 환상적인 색깔로 호수를 빛내고 있었다.

저녁과 낮의 호수 풍경은 천지차이. 눈 두는 곳마다 온통 예쁜 색의 향연이었다.

이렇게 예쁜 가을이 호수에 찾아와 있었는데 먼 곳으로 가을 여행 갈 생각만 했구나......

 

호수에서 바람이 한 번씩 불어올 때면 나뭇잎들이 우수수 우수수 비처럼 

쏟아져 내려 오가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와아! 와, 멋지다! 예쁘다!

감탄스레 그 풍경을 올려다보다가 떨어지는 메타세쿼이아의 다소 날카로운 잎사귀에

눈 찔릴 뻔하였다. 가만 보면 어째 일상이 코미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낮을 호수를 돌았는데 토요일은 맑았고

일요일은 오다가다 비가 흩뿌리는 우중충한 날이었다.

게다가 토요일 밤엔 한바탕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친 후라 하루 사이로 풍경은 달라졌고,

남은 단풍들도 맑은 날 보는 단풍과는 다른 빛이었다.

 

토요일엔 `무르익은 가을'이라고 여겼건만,

이틀 지난 월요일 오늘은 문득 `가을이 가네'하는 쓸쓸한 생각이 올라온다.

 

 

 

11월 5일

 

11월 9일

 

11월 12일

 

 

 

 

 

 

 

등나무 단풍

 

 

 

열매는 팥 같고 꽃은 배꽃 같다는 `팥배나무'

 

 

 

아직도 혼자서 초가을인 수양버들

 

퇴색한 모습도 나름 볼만한 나무수국 꽃송이들

 

공룡알, 마시멜로 같은 곤포 사일리지들이 여기 저기 빈 논에서 뒹굴고,

 

올해는 어쩐 일인지 연밭의 연들을 모조리 싹 베어버렸다.

겨울의 꺾인 연들이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어 내는 풍경은 보지 못하겠다.

 

자살예방 캠페인 `생명보듬 함께 걷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데크 길 위에는 아산의 대표적 명소 외암마을, 곡교천 은행나무길, 현충사, 신정호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림들이 참 예뻐서 하나 사고 싶었다.

 

 

 

멀리 야산의 참나무도 단풍 드는 때

 

 

 

색소폰 부는 남자

버스킹 하시는 분의 색소폰 소리를 듣자니 얼리어답터에 취미 부자인 큰아주버님 생각이 났다.

동네에 색소폰 소리 울려 퍼지면 저 집 큰아들 왔나 보네, 생각하셨다던 동네 어르신들.

지금은 사진에 더 열심이신 듯......

 

남편이 찍고,

 

내가 찍고,

 

올여름에 일제히 두른 목책

 

 

 

 

 

 

 

 

 

호수 한 바퀴 돌며 가을 감상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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