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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10

자주 가네... 아산에 내려와 살게 된 것이 마치 시골 시댁에 자주 들리기 위한 일이었던 것처럼 요즘 엄청(^^)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기력 달려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최상급 녹용을 지어 갖다 드리러 가는 길. 돈은 육남매 통장에서 지불하고 우리는 심부름만 하는 것. 그새 탑정호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 되었다. 무섭다고 저 데크로 된 곳만 골라 걷는 사람들을 더러 보는데 모두 여자들이다. 나도 겁 많기로는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절대로 다리 바닥을 보지 않고 먼산만 보고 걸으면 암시랑토 않다. 가끔 저곳에 전원주택 짓고 내려와 살겠다고 나를 협박하는 저수지 조망이 좋은 신풍리. 협박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지인들과 친구들과 자매들은 모조리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는 커피숖에서 .. 2023. 5. 18.
또다시 농사꾼이 되어 논산 시골집에 약도라지를 캐서 갈라 옮겨 심는 작업을 해야 된다고 언제부터 말이 나왔는데 이래저래 일이 생겨 뒤로 미뤄지다가 그만 싹이 나고 말았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싹이 난 약도라지는 그대로 두기로 하고, 땅을 놀릴 수 없으니(다른 집들은 그냥 묵히고 있는 묵정밭들도 있더구만...^^) 남은 빈 땅을 고르고 감당하기 힘든 잡초 때문에 비닐을 씌우고 새로 도라지 씨를 뿌릴 거라고 해서 거들러 갔다. 어쩌다 보니 자꾸 우리 부부만 불려 가는 느낌이다. 주중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농사짓는 시동생에게 나는 장난스럽게 일 중독이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시동생네 동서는 두 딸과 함께 한 달가량 유럽여행을 떠났다. 파리,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을 돌고 올 거라는데 두 딸은 이미 취업이 되었고,.. 2023. 4. 3.
시골집에서 3박 4일 12월 6일 열흘간 입원하신 어머님이 답답해서 못 있겠다 하셔서 조금 당겨 퇴원하셨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비교적 괜찮은 상태라고 하지만 뇌졸중은 어머니를 무기력하고 활동하기 불편하게 만들어서 보호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하필이면 간병인이 코로나에 걸려서 마지막 나흘간은 막내아들인 시동생이 병간호를 하게 되었고, 퇴원하시고 나서는 첫 번째로 내가 나흘간의 당번이 되었다. 그 후로 짧게 길게 번갈아가며 각자 시간 되는 대로 작은 시누이, 둘째 아주버님, 동서, 그다음에 다시 내 순번이 되어 목요일이면 또 내려가 봐야 한다. 오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뒷내 둑방길을 걷는다. 곱게 빗은 단발머리 같은 억새. 붉은 찔레 열매, 노란 담벼락, 눈을 껌벅이며 대문 앞에 앉아 멀뚱멀뚱 .. 2022. 12. 13.
시골 체험 남편 육남매 단톡방에서 시간 되시는 분 고구마 캐러 오라는 시동생의 호출이 있어서 시골 시댁에 갔다.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사그라들지 모르는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이 덩굴 식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함께 까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던 끝에 어머님께 여쭤본다 - 저 꽃 이름은 뭐예요? - 제비콩이라더라. 니 막내 시외삼촌이 씨를 구해다 줘서 심었어. 어디서 보니까 꽃이 퍽 이쁘더라고 심어보라고 해서. 와, 콩꼬투리 색깔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색깔로 참 예쁘다. 주렁주렁 열렸다. 약도라지 밭에는 보랏빛 도라지꽃이 예쁘게 피었다. 지난 추석에 이 나무가 베어진 걸 보고 서운함이 어찌나 크던지...... 오래전 옆집 아저씨가 뒷내에서 캐다가 심은 왕버들나무.. 2022. 9. 25.
설 즈음 설 쇠러 시골 가는 길가의 풍경이다. 파란 하늘 밑에 겨울 같지 않게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은 잠잠하다. 차창을 통해 뺨에 어깨에 와닿는 햇살이 따스하다 못해 따가울 지경이다. 햇빛이 따가워서 잠을 자기 힘들다고 작은녀석이 투덜거렸다. 가까이 혹은 멀리 아직 새 잎이 돋아나지 않은 동화책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지들만 그려 놓은 빈 가지 뿐인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중에는 파란색 지붕이 유난히 눈에 띈다. 예전 시골집도 다시 짓기 전에는 파란색 지붕을 하고 있었다. 생활하기 불편하다고, 특히 겨울에 너무 추운 집 구조라고 새로 집을 지은 후에 어른들, 그중에서도 며느리들이 많이 좋아하는 반면,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집 특유의 운치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햇.. 2007. 2. 21.
김장 2 하루 날 잡아 시골집에 모여 김장을 해다가 먹는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 파하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길을 떠나곤 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깝다고 해서 가는 길에 김밥 몇 줄 사서 차 안에서 먹으며 가곤 했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이 바쁜 남편의 피로가 누적돼서 조금 늦게 출발했다. 격주제로 쉬는 남편이 쉬는 토요일인데도 밀린 업무가 있다면서 회사에 잠깐 다녀오고, 엇비슷한 시간에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당부에 충실하게 다른 토요일보다 빨리 집으로 들어섰다. 점심에는 고등어 한 마리 굽고, 다른 밑반찬에다가 간단히 밥을 먹었다. 밥 먹자마자 출발할 줄 알았던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서 드러눕는다. 한숨 자야 가지 이 상태로는 도저히 가지 못하겠다면서. 아이들과 나는 하릴없.. 2006. 12. 4.
고구마 < 사진은 다음 검색해서 한 장 퍼왔음> 고구마는 열대성 식물이라서 아주 덥지 않고서야 좀처럼 꽃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고구마로 유명한 고장에서 살았어도 고구마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 고구마꽃이 피면 고구마의 작황은 좋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뿌리로 가야할 영양분이 꽃에게로 나뉘.. 2006. 10. 11.
딸기 (어디서 한 장 업어 왔습니다. 사진의 주인님 감사합니다.) 1박 2일로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출장을 간 곳이 시골집 근처라 시골집에 들러서 김장김치와 딸기 한 상자를 들고 왔다. 6시 30분쯤에 전화벨이 띠리링 울려서 받으니 짐이 많으니 얼른 짐 가지러 나오란다. 큰 녀석은 영어학원에 간 시간이고, 작은 녀석은 있어도 힘쓸 나이도 아니지만 2박 3일로 수련회를 간 터라 혼자 있던 나는 냉큼 뛰어나갔다. 달리면서 "으, 추워, 외투 걸치고 나오는 건데."라고 혼잣말을 한다. 나이 먹는 증상 중의 하나가 혼자서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일 거다.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고, 나이 들면 혼자서도 잘 노는 것일까. 저만치 있는 남편에게, 하루 못 봤다고 째지게 반가워서가 아니라, 추워서 마구 뛰어가는데, 원래가.. 2006. 3. 23.
김장 올해도 어김없이 200포기였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차이라면 지난해에는 배추 포기가 커서 여섯 조각 나오는 것이 수두룩했는데, 올해는 네 조각 나오고, 더러는 반으로만 가른 두 조각짜리도 있다는 거였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수업이 없고, 동서도 주 5일제 근무라 근처에 사는 형님과 동서는 일찌감치 시골집에 가서 배추를 절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남편이 출근을 하는 터라 우리는 1시에 출발했다. 차가 막힐 것을 염두에 두고, 또 빨리 내려가서 거들 겸 점심은 김밥으로 간단하게 차 안에서 때우기로 했다. 다른 때에도 그렇게 급하게 갈 때면 가끔씩 들러서 김밥을 사가던 김밥집이 문을 닫아서 다른 집을 찾게 되었다. 대로변에 면한 가게였는데, 신장개업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들.. 2005.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