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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와 능산리고분군에서 우리 때문에 시골집에 모이게 된 둘째 형님네와 막내 동서네와 저녁엔 고기를 구워 먹고, 동서네는 바빠서 가고 둘째 형님네와 우리 가족은 남아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버님이 연로하셔서 미처 하지 못한 밀린 일을 거들러 아주버님과 남편과 우리 아들 둘과 형님네 아들, 그러니까 장정 둘과 장정 비슷한 남자 애 셋, 모두 다섯이서 딸기밭으로 나갔다. 더운 여름에 비닐하우스 속에서 힘쓰는 일을 하고 온 다섯 남자와 늦둥이 꼬맹이의 모습이 후줄근하다. 모두 차례대로 씻은 다음 부여에 가자고 하시는 아버님과 다른 집에 품앗이 갔다가 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시내에 나가 칡냉면을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시장기부터 면한 후 갈 요량이었다. 한동안은 칼국수만 잡수시던 아버님이 요즘은 냉면만 입에 맞아한다고 하.. 2007. 7. 16.
누굴 닮아서...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의 대가인 작은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는 해마다 학기초면 화분을 하나씩 가지고 가서 반에다 두고 기르다가 학기말이면 다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는 그제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녀석이 낑낑거리며 저 화분을 들고 왔다. 4학년 때 사서 학교에 가져갔다가 올해처럼 방학할 때면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기르고 개학하면 다시 학교로 가져가기를 반복하던 화분이다. 맨 처음 살 때는 아주 작은 화분에 담겨 있던 2 천 원짜리 조그만 화초였다. 그러던 것이 2년 만에 저리 무성하게 컸다. 물론 집에 있을 때는 화분이 작을 만큼 커진 것을 분갈이도 내가 해주며 돌 본 화초이다. 여름 방학 때에 밖에다 내놓았더니 햇빛과 바람에게 많은 영양분을 얻었던지 쑥쑥 자라서 학교.. 2006. 12. 16.
내가 좋아하는 꽃 < 요건 친구가 찍어 온 것 하나 가져오고...... > 내 생일은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서 나뭇잎을 모조리 떨구어 버린 쌀쌀한 늦가을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터워지기 시작하고, 따뜻한 것을 찾고 그리워하게 되는. 그맘때에 꽃집 앞을 지나가다 보면 색색의 소국이 양동이 가득 꽂혀 있는 걸 보게 .. 2006. 10. 20.
꽃,꽃,꽃 어제 근처 공원에 운동 겸 산책하러 갔다. 꽃밭이란 명찰을 달고 있는 줄로 처진 울타리 안에 다알리아, 수레국화, 패랭이, 마거리트, 루드베키아, 양귀비(?)가 마구마구 뒤섞여서 햇빛을 즐기고, 살랑거리는 미풍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벌과 나비만 꽃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 2006. 6. 21.
계양산행 오늘은 남편과 둘이서 가까운 곳의 계양산에 올랐다. 큰 녀석은 어느덧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됐고, 작은 녀석은 며칠째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어서 둘이서만 갔다. 사십 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날씬하고 날렵한 남편의 뒷모습. 지난해 초여름에 하얀솔 님이 알려주신 족제비싸리가 참 많이 피어 있었다. 왜 족제비싸리일까? 꽃이 족제비의 꼬리를 닮았나? 족제비 꼬리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여우 꼬리라면 또 몰라도... 며느리밑씻개,라는 민망한 이름의 풀꽃도 더러더러 눈에 띈다. 남편은 또래의 남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혀 숨차 하지 않으면서 산을 오른다. 나는 또래의 여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숨을 헐떡인다. 고개까지 까딱거리면서 숨차 하니 남편이 배를 잡고 웃더니 "고개는 .. 2006. 6. 6.
아까시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사진은 센포 님 블로그에서 한 장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던 나무의 명칭은 정확하게 '아까시' 나무라고 한다. 짜장면이 자장면인 것 처럼.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정말 짜장면 맛이 나는 것처럼, 아까시 나무도 아카시아라고 불러야 정말로 아카시아 꽃.. 2006. 5. 22.
산길에서 어제 혼자서 뒷산에 올랐다. 산을 빙 둘러서 나있는 포장도로를 쉬엄쉬엄 느긋하게 오른다. 그래도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으니 숨이 턱에 찬다. 저 멀리 송도 앞바다가 보이고, 아파트 건설현장도 보인다. 발아래로 부지기수인 무덤들도 보인다. 엄마는 함께 오를 때면 무덤을 보면서 언제나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무덤가에 돋아난 풀꽃들만 본다. 더 본다면 묘지가 얼마나 잘 가꾸어졌나, 하는 정도. 어느 무덤가에 핀 보랏빛의 제비꽃. 그 옆의 쌀알만 한 꽃마리들이 호위하고 있는 듯하다. 꽃마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비꽃 못지않게 아름답거늘 너무 작다 보니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은 제비꽃이다. 올해 처음 만나 본 '구슬붕이'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아무리 머리를 이리 굴리고,.. 2006. 5. 15.
산이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은 연두도 가지가지 연두로 저만의 연둣빛을 뽐내지만 그래서 멀리서도 한눈에 저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알아볼 수 있지만 한여름이 되면 모두 다 한결같이 진초록으로 짠 듯이 옷을 갈아입어서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모두가 한 덩어리 한 몸으로 보인다. 그러다 가을이면 저마다의 단풍빛으로 각자의 옷을 또 뽐낸다. 모두다 새순을 내놓는 중에도 늦도록 옷을 갈아입지 않던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포플러는 어느 아침 느닷없이 옷을 갈아입고 한순간에 멋쟁이가 되어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역시 포플러야! 여름이면 반짝이는 햇살에 팔랑거리며 빛나겠지. 팔랑팔랑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귀염을 떨고, 보는 이의 눈도 시원하게 만들겠지. 우리 동네는 번화하지 않아서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2006. 5. 10.
여름에 피는 꽃 - 능소화와 자귀나무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 식물이다. 옛날 우리 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 상민의 집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면 관가로 잡아가 곤장을 때려 다시는 심지 못하게 엄벌을 내렸다. 그래서 이 능소화의 별명이 '양반꽃'이라고 하니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능소화의 수려함에 비해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보면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능소화는 한자어로 능가할 능, 또는 업신여길 능(凌) 자이고 소는 하늘 소 자이고 보면 하늘 같은 양반을 능가하고 업신여길 것을 염려해서일까, 지역에 따라서는 능소화 대신 '금등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서양에서는 능소화를 '차이니즈 트럼펫 클리퍼'라고 부르는데 이 꽃을 보고 트럼펫을 떠올리는 것을 .. 2005.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