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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244

수원 화성 몇 년을 어버이날이면 시골에 내려가 다른 형제간도 불러서 부모님 모시고 식사를 했다. 남편은 힘들게 자신을 뒷바라지한 어머님께 대한 생각이 남달라 그렇게라도 효도를 하고 싶은데 그 생각은 다른 어떤 형제에게는 불편한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이 주선한 그런 행사가 마지막이 된 것이 그 적나라한 표정과 행동, 말 때문이었다. 나도 굳이 그렇게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효도는 아니었으나 남편의 생각이 옳고 바르다고 생각 되어서 속으로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친정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감수했었다. 아무튼 덕분에 명절날을 방불케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부대끼지 않아도 되게 어버이날 연례행사에서 해방 되었다. 올해도 남편 혼자서 어버이날 즈음에 시골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지방의 시댁에 다.. 2012. 5. 9.
북촌을 가다 언제적부터 북촌을 가자 가자 말만 하고 매번 약속이 틀어지기를 몇 번, 드디어 북촌에 갔다. 안국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 정독도서관 쪽으로 올라갔다. 다른 친구들은 내가 북촌에 가자고 했다고 순하고 말 잘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눈동자를 말똥말똥 굴리면서 나만 쳐다보는데 으매, 환장하겠더만. 내 다시는 내가 먼저 어디 가자 하나봐라, 다짐했건만 다음엔 양떼목장에 가자고 설경을 보러가자고 또 말 꺼내고 말았다. 이 모임은 하자고 해놓고 며칠전이나 당일에도 깨어지기 일쑤여서 가야지 가나보다 하긴 하지만. 담벼락에 장식된 모양이 예뻐서 한 컷! 북촌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경북궁 뒷뜰을 몰라보고 갸웃거리다가 누군가 열심히 설명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도 끼여 들어서 질문했다. 뜻밖에도 북촌길 해설사였다. 북촌에서.. 2011. 12. 13.
남편 따라서... 남편 출장 가는 데 따라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동해안 쪽에는 계속 궂은비가 내렸다. 하늘도 우중충, 그 빛을 고스란히 담아 안은 바다도 우중충...... 파도 소리가 그렇게나 귀에 거슬리게 큰 줄 몰랐다. 예전 치악산에서 야영할 때처럼 물가에서 자게 된 것을 후회했다. 밤새도록 귓가를 울리던 계곡물소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기는커녕 거대한 소음처럼만 여겨졌었다. 그때는 텐트라서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다 듣고 잤지만 어젯밤엔 바다 쪽으로 난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잤다. 난방이 너무 잘 돼서 찜질방 같은 객실에서... 남편이 출장 갈 때면 은근히 좋겠다, 하며 부러워도 했는데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만은... 남편과 세 .. 2007. 11. 29.
세미원에서 세미원에 갔다. 처음부터 세미원에 가려고 나섰던 길은 아니다. 샤부샤부 뷔페에서 또 탈이 날까 봐 먹는 것을 조심하는 엄마를 보고 기분 전환 겸 드라이브 가는 것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눈과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 옛날 양평의 용문산에 갈 때도 이 길로 달려갔을까? 억새가 멋지던 천마산에 갈 때도, 대성리에 갈 때도, 강촌에 갈 때도, 춘천에 갈 때도, 춘천에 가서 배를 타고 다시 청평사가 있는 산으로 놀러 갔을 때도...... 그중의 몇 번은 기차를 타고 갔으니 용문산 갈 때 이 길로 달려갔을까?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날이 흐리다 개다를 반복하니 산마다 하얀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이 검단산이라고 한다. 길가로.. 2007. 8. 6.
궁남지와 능산리고분군에서 우리 때문에 시골집에 모이게 된 둘째 형님네와 막내 동서네와 저녁엔 고기를 구워 먹고, 동서네는 바빠서 가고 둘째 형님네와 우리 가족은 남아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아버님이 연로하셔서 미처 하지 못한 밀린 일을 거들러 아주버님과 남편과 우리 아들 둘과 형님네 아들, 그러니까 장정 둘과 장정 비슷한 남자 애 셋, 모두 다섯이서 딸기밭으로 나갔다. 더운 여름에 비닐하우스 속에서 힘쓰는 일을 하고 온 다섯 남자와 늦둥이 꼬맹이의 모습이 후줄근하다. 모두 차례대로 씻은 다음 부여에 가자고 하시는 아버님과 다른 집에 품앗이 갔다가 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시내에 나가 칡냉면을 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시장기부터 면한 후 갈 요량이었다. 한동안은 칼국수만 잡수시던 아버님이 요즘은 냉면만 입에 맞아한다고 하.. 2007. 7. 16.
청계산에 오르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자 했다. 도봉산은 집에서 너무 멀고 사람에 치이고, 관악산은 지난번에도 다녀왔고 벌써 몇 번째 올랐으니 이번엔 청계산에 한번 가보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매사에 정확하고 꼼꼼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남편은 인터넷 검색으로 등산 안내도 뽑고 계획을 잡았다. 이리 가서 요리로 갔다가 저리 가서 이리로 오면 몇 시간 소요되고 코스가 어떻고 저떻고......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주억거렸다. 남편, 정작 가는 날 아침에는 뽑은 안내도는 집에다 두고 가더라. 차속에서 안내도는? 하고 물어보는 내게 아이고! 하더니 내 머릿속에 다 들었어, 하고 어깨만 으쓱거리더라. 아침잠이 많고 저녁잠이 없는 올빼미형인 내가 쉬는 날 아침 7시에 일어나려니 눈이 떠지지 않아서 밍기적거리다가 그냥 가지 말까? .. 2007. 3. 2.
안면도에서 안면도에 갔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편의 고향 친구들과 동네 뒷내에서나, 그 동네의 유명한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크다던가 하는 저수지 근처에서 놀다가 이제는 동네를 좀 벗어나서 다른 곳엘 가보자고 의견을 모은 다음 첫 번째로 움직인 곳이다. 안면도는 남편이 자주 출장을 가는 곳이다. 충청도와 전라도 쪽의 업무를 맡고 있는 남편은 어쩔 땐 내 고향 근처의 해남이니 광주니 영암, 영광을 다녀오기도 한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가끔씩 부럽다. 가장 부러웠던 것이 몇 년 전에 독일에 다녀온 것이다. 일 때문에 가는 것이어서 독일 구경은 별로 하지도 못 했다고 하는데도 다녀와서는 그 사람들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몇 년 살다가 온 사람처럼 우려먹곤 했다. 남편이 자주 가는 안면도이니 만큼 남편이 안내를.. 2006. 9. 11.
흐린 날의 바다 황금 같은 연휴라서 이렇게 대책 없이 억수로 비만 퍼붓지 않는다면, 저 멀리 낙안읍성에 다녀오려다 무산 되었다. 몇 년 전 여름, 삼척으로 피서를 갔었다. 그때 아주버님의 근무지였고, 숙박을 관사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자꾸만 있을 때 오라고 하셔서 마지못해 그곳으로 갔었다. 가는 길에 보았던 아직도 복구 중이었던 수해 지역. 강원도는 해마다 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보면서 콧날이 찡하고, 가슴이 아릿하다. 또 복구하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이틀을 집에서 뒹굴려니 좀이 쑤신 남편. 가까운 바다라도 가서 바람을 쐬고 오자 해서 일제히 따라나섰다. 영종도로 가는 길에 찍은 길. 계산동 즈음인 것 같다. 을왕리는 너무 붐비고 물도 맑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 2006. 7. 17.
계양산행 오늘은 남편과 둘이서 가까운 곳의 계양산에 올랐다. 큰 녀석은 어느덧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됐고, 작은 녀석은 며칠째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어서 둘이서만 갔다. 사십 대 중반인데도 여전히 날씬하고 날렵한 남편의 뒷모습. 지난해 초여름에 하얀솔 님이 알려주신 족제비싸리가 참 많이 피어 있었다. 왜 족제비싸리일까? 꽃이 족제비의 꼬리를 닮았나? 족제비 꼬리를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여우 꼬리라면 또 몰라도... 며느리밑씻개,라는 민망한 이름의 풀꽃도 더러더러 눈에 띈다. 남편은 또래의 남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혀 숨차 하지 않으면서 산을 오른다. 나는 또래의 여자들과는 전혀 다르게 숨을 헐떡인다. 고개까지 까딱거리면서 숨차 하니 남편이 배를 잡고 웃더니 "고개는 .. 2006.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