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부터 북촌을 가자 가자 말만 하고
매번 약속이 틀어지기를 몇 번,
드디어 북촌에 갔다.
안국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와
정독도서관 쪽으로 올라갔다.
다른 친구들은 내가 북촌에 가자고 했다고
순하고 말 잘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눈동자를 말똥말똥 굴리면서 나만 쳐다보는데
으매, 환장하겠더만.
내 다시는 내가 먼저 어디 가자 하나봐라, 다짐했건만
다음엔 양떼목장에 가자고 설경을 보러가자고
또 말 꺼내고 말았다.
이 모임은 하자고 해놓고 며칠전이나 당일에도 깨어지기 일쑤여서
가야지 가나보다 하긴 하지만.
담벼락에 장식된 모양이 예뻐서 한 컷!
북촌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경북궁 뒷뜰을 몰라보고 갸웃거리다가
누군가 열심히 설명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도 끼여 들어서 질문했다.
뜻밖에도 북촌길 해설사였다.
북촌에서 첫 번째로 친다는 길을 가봤다.
세월을 몇 십 년 뒤로 돌려 놓은 것 같은,
흘러간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 거기 있었다.
저 골목 끝에서 남정임이나 김지미, 신성일, 김진규, 신영균이 걸어나오려나.
슬픔을 가누지 못해 옷고름을 말아쥐고 훌쩍거리거나
중절모를 쓴 남자가 헛기침을 몇 번하고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대사를 읊으려나.
친구 J와 또 다른 J의 뒷모습이 보이고
H는 뒤에서 사진을 찍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 친구 사진의 등장 인물이 됐으려나.
북촌은 초행길이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만날 가는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또 다른 J는 모과차를 한 잔 마시고.
매취순은 순한 넘김으로 흥을 돋웠다.
그래봤자 약간의 공주병이 있는 J가 매취순 석 잔에 취한다고
엄살 오두방정(미안)을 떨며 내 흥에 장단 맞추지 않았고,
주량이 제법 센 H는 지독한 감기임에도 모임에 나온 터라 자꾸 권하기도 무리였다.
나오지 못한 또 다른 H가 있었다면 그나마 권커니 잣거니 했을라나.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J와 또 다른 J,
H와 또 다른 H,
나만 홀로 외로이 C네.
외로워라~
약간의 공주병 J가 나 너무 외롭다,고
가슴을 쥐어짜는 몸짓과 표정으로 몇 번을 강조하던데
누구나 다 사는 것이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 않냐?
J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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