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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130

2월의 마지막 날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p24 습관이라는 마취제의 영향... - p28 자주, 하지만 한 번에 조금씩, - p36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 2023. 2. 28.
2월, 해빙기 이곳 아산에 와서 생활하게 되면서 어느덧 신정호라는 둘레 4.8km짜리 호수의 사계를 세 해째(세월 참 빠르다) 지켜보게 된다. 크다면 크고 크지 않다면 크지 않은 이 호수는 사계절 내내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거의 매일 보는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듯하면서 미묘하게 조금씩 달라져 자연의 신비로움과 오묘함을 느끼게 해 준다고나 할까. 며칠 전 퇴근해 온 남편이 꽁꽁 얼어붙었던 호수가 다 녹았더라고, 서울에서 며칠 머물다 온 내게 말했다. 바로 그다음 날 나는 운동 끝나고 집으로 곧장 오지 않고 얼음 풀린 호수를 보러 갔다. 차로 신정호는 물론이고 멀리 송악저수지까지 한 바퀴 돌며 보는 얼음이 풀린 호수의 풍경이 반가움을 물씬 끌어올렸다. 봄이 성큼 다가섰구나! 아니, 벌써 봄인가. 이제 해가 길어져.. 2023. 2. 17.
안개 자욱하던 날 1월 13일 안개 자욱하던 날 호수에 갔더니 멀리 황산의 꼭대기만 빼꼼히 보였다. 산 맞은편으로 갈 때쯤엔 꼭대기마저 안갯속으로 숨어버렸다. 왕버들나무 숲 아래로 안개가 뽀얗게 깔렸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내 솜씨론 표현할 길이 없다.ㅠㅠ 가까이 다가오니 어느새 사라진 안개. 1월 5일 또 다른 어떤 날엔 이탈리안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에 과식으로 부대껴 꺽꺽거리며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너무 추워서인지 행인이 뜸했다. 아무리 추워도 한 바퀴 돌기가 끝날 무렵엔 몸에서 열이 났다. 오늘도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소소한 만족감과 상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1월 29일 설 쇠고, 며칠 뒤 어머니 생신도 쇠고 난 어제, 호수에 걸으러 갔더니 조금씩 녹아가던 호수가 영하 17도 .. 2023. 1. 30.
모여라 눈사람! 신정호로 흘러드는 초사천도 꽁꽁 얼고, 아직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신정호를 돌다 보면 이렇게 귀엽고 멋진 눈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둘 사이엔 사랑이 있구나! 피라칸사스 열매로 박아 놓은 눈이 빠져버려 궁예가 된 눈사람. 이건 지난번에 돌다가 발견했던 목도리까지 두르고 미소가 귀엽기 짝이 없는 눈사람. https://youtu.be/6rS7OUGXUik 눈 오는 날이나 눈 쌓인 풍경을 보면 한 번쯤 떠올려 보는 노래. 에일리의 . 한해의 마지막 날 저녁엔 남편과 둘이서 일식집에서 밥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였다. 흥이 오른 남편이 노래방에 갈까? 한다. 다른 때 같으면 둘이서 무슨 재미로? 하며 튕겼을 나인데 왠지 순순히 가자는 대답이 나왔다. 그리하여 둘이서 가게 된 노래방. 음치 박치인 남편은 그.. 2023. 1. 2.
겨울 이야기 2 호수 가득 하얗게 눈 쌓인 풍경이 보기 좋아서 다음날엔 낮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하루 사이에 풍경이 변했으면 얼마나 변했으리라고 나는 또 마치 새로운 풍경을 접하듯이 어제 보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넓게 펼쳐지는 신정호의 하얀 겨울 속으로 빠져 들었다. 뽀드득뽀드득, 사각사각, 사박사박 흰 눈 밟고 걸어가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은 무서워 등산화 신고 걸어가요. 멀리 보이던 갱티고개 옆 황산이 가까운 곳의 안산 끝자락 뒤로 숨고, 갱티고개 옆 오른편으로 금암산이 보인다. 금암산 옆으로는 보갑산에 이어 덕암산이 순천향대까지 이어지나 보다. 지리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한 덩어리 같아도 길게 이어지는 산 봉우리마다 다 따로 이름이 있어서 신기하다. 외암마을 맞은편 평촌리 서남대학교 뒷.. 2022. 12. 28.
겨울 이야기 1 시댁에서 돌아온 크리스마스날 오후에 짐을 부리자마자 신정호로 달려갔다. 헤아려 보니 한 달여 만에 오는 신정호였다. 그러니까 근 한 달 동안 헬스 포함 운동을 쉰 셈이다. 마음이 복잡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 일쑤인 나날이었다. 그래도 그 사이에 일산에 두고 왔던 우리의 남은 짐들이 트럭에 실려 내려오기도 했고, 아들부부가 쓰겠다는 일부 물건들을 남겨 두었으므로 이곳에서 새로 사기도 하여 은근히 바쁘기도 하였다. 우리가 새로 샀던 소파는 아들이 쓴다고 하여 소파값을 받아 이곳에서 새로 소파를 샀고, 거실장과 서랍장은 그냥 아들네에 주고 우리가 새로 샀다. 그동안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로부터 집이 너무 휑해서 세컨하우스냐는 질문까지 받았던 집 내부가 이제야 제대로 갖춘 꼴이 되었다. 내가 찍고, 남편.. 2022. 12. 27.
무르익은 가을 가을이 되어 해가 짧아지자 이른 저녁을 먹고 여섯 시 반쯤 호수에 가도 어둑해지곤 하였다. 토요일, 점심 먹고 두 시 반쯤 호수에 갔더니 호수 둘레로 내려앉은 가을이 한창이었다. 키 큰 꺽다리 메타세쿼이아도 붉게 붉게 물들어 호수를 감싸고 서서 환상적인 색깔로 호수를 빛내고 있었다. 저녁과 낮의 호수 풍경은 천지차이. 눈 두는 곳마다 온통 예쁜 색의 향연이었다. 이렇게 예쁜 가을이 호수에 찾아와 있었는데 먼 곳으로 가을 여행 갈 생각만 했구나...... 호수에서 바람이 한 번씩 불어올 때면 나뭇잎들이 우수수 우수수 비처럼 쏟아져 내려 오가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와아! 와, 멋지다! 예쁘다! 감탄스레 그 풍경을 올려다보다가 떨어지는 메타세쿼이아의 다소 날카로운 잎사귀에 눈 찔릴 뻔하였다. 가만 보면.. 2022. 11. 14.
비 오고 바람 불고 난 뒤 신정호에 가득한 쓸쓸한 늦가을의 기운. 스산함이 몰려와 친구 하자고 하네. ​ 11월 16일 2022. 11. 13.
가을의 흐름을 보고 있어 왠지 조금 쓸쓸해지던 날 신정호에 갔다. 며칠 사이로 나뭇잎은 더욱더 떨어져 길 위에 쌓이거나 부는 바람에 뒹굴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장미와 나무수국과 남천의 월동준비로 짚으로 엮은 발 비슷한 것으로 나무 밑동을 감싸며 바쁘게 일하는 인부들. 신계행의 노래 한 소절이 떠올랐다. 아, 가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가을 가~~~을은 내 맘 아려나~~~아 내 마음 알리 없는 가을아, 오면 가지 말아라~~아~~ 오늘은 볕 좋은 창가에 앉아 또 멸치똥이나 따고 있다. 틀어 놓은 라디오 에서 마음을 적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내 몸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은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풀어 헤친다. 그리고 이따금 바람에 살랑거리는 작은 숲의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가을날 .. 202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