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130 구름 감상 3 첫사랑의 강 류 시 화 그 여름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를 처음 사랑하게 되었지 물속에 잠긴 발이 신비롭다고 느꼈지 검은 돌들 틈에서 흰 발가락이 움직이며 은어처럼 헤엄치는 듯했지 너에 대한 다른 것들은 잊어도 그것은 잊을 수 없지 이후에도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첫사랑의 강 물푸레나무 옆에서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지 많은 여름들이 지나고 나 혼자 그 강에 갔었지 그리고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자리에 앉아 보았지 환영처럼 물속에 너의 두 발이 나타났지 물에 비친 물푸레나무 검은 그림자 사이로 그 희고 작은 발이 나도 모르게 그 발을 만지려고 물속에 손을 넣었지 우리를 만지는 손이 불에 데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지 않는다면 사랑했다.. 2023. 8. 10. 배롱나무 꽃이 피면 한여름 한여름이 되면 배롱나무 꽃이 붉게 피어나 오래도록 주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꼬리조팝나무도 피었습니다. 구름도 멋지게 피어났고요. 해가 사라지자 달이 대신 하늘을 차지하더군요. 반대쪽 하늘로는 여전히 해의 긴 꼬리가 붉게 보이고요. 내게 마당이 주어진다면 꼭 한 그루 심고 싶은 청초한 나무수국의 꽃을 찍어봅니다. 왜 이렇게 시야가 뿌열까요? 또 다른 어느 날의 지는 해는 유난히 동그란 모습을 보였군요. 2023. 7. 29. 여름날 구름 사냥 여태껏 나는 내가 하늘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을날 습기 없는 날씨에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맑은 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습기 많은 여름날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지고 이렇게 저렇게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변화무쌍하게 바뀌며 마음껏 솜씨를 부려 놓은 흰구름 둥실 뜬 하늘을 보고 예쁘다며 감탄한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다. 어제오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그림 같은 하늘을 보자니 차로 오고 가는 길 내내 감탄하는 마음으로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끝내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찍는 내가 마치 구름을 쫓아다니며 구름 사냥을 하는 `구름 사냥꾼'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름을 대표하는 .. 2023. 7. 26. 한여름날의 일상 장맛비에 다 녹아버린 일일초 대신에 노란 멜람포디움을 심어 놓았다. 생명력이 더 강한 걸까? 습도에 더 강한 걸까? 연밭을 지나쳐 다니면서 바람에 실려오는 연꽃 향기를 맡기는 어렵다. 정말로 연꽃 향기가 나며 그윽할까? 꽃대를 잡아당겨 꽃에 대고 킁킁 코평수를 넓히며 벌름거려 보았다. 아~~!!! 난다, 나~~!!! 좋은 향기가 난다~~!!! 물 위에 둥둥 떠가는 한가로운 오리들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비록 물속의 발은 바쁠지라도... 호수를 돌다가 지고 있는 해를 발견했다. 이 젊은 연인은 일찌감치 발견하고 감상 중이었나 보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저 부분이 가장 낮아서 그나마 지는 해를 볼 수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연인도 한 배경으로 넣어야만 하였다네. 일몰을 감상하는 마음도 예쁘고 젊음도.. 2023. 7. 22. 달콤한 7월을 당신께 연일 비가 오다가 말다가 하다가 반짝 개인 날, 만사를 제쳐 놓고 연꽃 보러 달려갔었네. 연꽃들은 신나게 신나게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황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네. 연꽃 보러 온 김에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뒤에서 내 뒷모습을 보고 무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그들의 말이 내 귀에 정확하게 와닿는 것 같았네. "등이 땀으로 다 젖었어!" 오늘 같이 더운 날, 하필이면 분홍색 티셔츠를 입을 건 뭐람. 나의 아둔함에 머리를 흔들었다. 그 더위에 찍은 사진들이 혼자만 보기 아까워 친구들과의 단체 톡방에 물어보았네. "얘들아, 오늘 같이 더운 날 구슬땀 흘리며 연꽃 구경하는 미친 여자의 연꽃 구경 해볼래?" 어.. 2023. 7. 11. 꽃들의 인사 여름날엔 저녁을 먹고 조금 선선해지는 시간, 7시가 가까워질 무렵에나 집을 나선다. 해가 길어서 그 시간에 가도 이렇게 환한지라 여름 꽃들의 어여쁨을 잘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연꽃들은 해 질 무렵이면 이미 꽃송이를 오므리고 있어서 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땡볕 아래로 나서야 되리라. 언제 쨍한 햇볕 아래 구슬땀을 줄줄 흘리며 연꽃 구경을 해야 하려나... 장마철이라 덥고 습한 날의 연속이다 보니 호수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어떤 날엔 드물게 바람이 솔솔 살랑이며 불어와 옷깃을 날리고 머리카락을 헤적일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시원한 바람 따라 마음도 살랑살랑 춤을 춘다. 바람결 따라 이런저런 얘기를 날려 보내다가 까르르 웃음을 함께 날려 보내기도 하고, 웃음과 수다가 주는 청량함에 .. 2023. 7. 7. 피어나는 여름꽃들 테두리가 선명한 구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여름이구나. 밀도 있게 찰져 보여 주물러 보고 싶은 하얀 구름! 내가 좋아하는 품종의 수국이 피었다고 반가워서 총총 뛰어가 사진에 담고, `Endless Summer'라고 하네. 저기 저 나무 밑 하천가의 원추리는 야생이다, 식재다 한바탕 입씨름으로 얻은 것은? "참 고집 세!"라는 타박...ㅠㅠ 부처꽃도 여름이라고 알려주듯이 피어나고, 연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무지무지 비쌀 것 같은 멋진 수형의 소나무들. 육안으론 잘 구별이 되던데 사진으론 연잎에 묻혀 수형이 도드라지지 않네. 금계국 닮은 `기생초'도 노랗게 피어나는 여름. 그런가 하면 새털 같은 자귀나무도 깃털을 펼치며 피고, 코스모스 심던 자리에 백일홍 심은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박수 치며 칭찬.. 2023. 6. 30. 꽃길 물가엔 보라색 꽃창포가 꽃잎 안쪽에 살짝 노란 칠을 하고서 피어났고, 가지마다 별을 무수히 매단 듯한 산딸나무가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누군가 떨어진 빨간 장미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네. 무수히 많은 날들을 신정호에 왔지만 이렇게 이제 막 꽃잎이 떨어져 쌓인 때를 딱 맞춰서 와 본 적은 처음이다. 다른 해엔 아마도 날이 살짝 저물어 지금처럼 환히 보이지 않을 때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후이거나, 바람에 꽃잎이 흩어져 버렸을 때 왔었나 보다. 낱낱이 떨어져 길 위를 붉게 장식하는 꽃길 위에서 어린 아이처럼 가슴이 마구 설레었다. 원래 이런 길은 연인을 위해 이벤트 할 때나 청혼할 때 일부러 만드는 길이지 않나.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 주었을까?😍 나는 동심 가득한 마음으로 .. 2023. 5. 31. 장미꽃 피어 아름다운 5월 꽃은 그저 그렇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만큼은 일품인 쥐똥나무. 장미보다는 찔레 향기가 한 수 위라고 늘 생각한다. 많은 장미 품종 중에서 얘는 `안젤라'라고 한다. 만나면 늘 반가운 개망초. 하지만 향기는 개망초 보다 클로버 향기를 더 좋아해서 이따금 한 송이 따서 내내 향기를 맡으며 걷기도 한다. 박태기나무 이파리는 완벽한 하트 모양! 하나 둘, 장미 터널을 지날 때마다 기쁨이 퐁퐁 솟아난다. 완벽한 아름다움! 이맘때 `사사' 라는 이름의 이 대나무의 잎은 환상적이다. `샤샤'라고도 부르는 이 대나무는 키가 20~60cm, 무릎 아래 크기로 가장 작다고 한다. 전국에서 상록으로 월동 가능해 공원 등에서 지피식물로 이용하며,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는 일본 원산의 도입 식물이라고. 흰줄무늬사사와 노랑무늬.. 2023. 5. 25. 이전 1 2 3 4 5 6 7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