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다 녹아버린 일일초 대신에 노란 멜람포디움을 심어 놓았다.
생명력이 더 강한 걸까? 습도에 더 강한 걸까?
연밭을 지나쳐 다니면서 바람에 실려오는 연꽃 향기를 맡기는 어렵다.
정말로 연꽃 향기가 나며 그윽할까?
꽃대를 잡아당겨 꽃에 대고 킁킁 코평수를 넓히며 벌름거려 보았다.
아~~!!! 난다, 나~~!!! 좋은 향기가 난다~~!!!
물 위에 둥둥 떠가는 한가로운 오리들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비록 물속의 발은 바쁠지라도...
호수를 돌다가 지고 있는 해를 발견했다.
이 젊은 연인은 일찌감치 발견하고 감상 중이었나 보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저 부분이 가장 낮아서 그나마 지는 해를 볼 수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연인도 한 배경으로 넣어야만 하였다네.
일몰을 감상하는 마음도 예쁘고 젊음도 예쁘네.
어제 금요일의 일몰.
오늘 토요일, 맛난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셔서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베이커리 카페에 갔었네.
배롱나무 꽃이 피어나는 여름.
차가 조금 가파르게 올라간다 싶더니 이렇게 멀리 황산이 보이고,
초록 논이 펼쳐져서 탄성이 나왔다.
내가 "이것이 바로 `논뷰' 아닐까?" 했더니 순순히 공감해주지 않는 우리 집 바깥양반.
"논뷰는 김제평야에서나 보는 것이 아니겠나?" 하신다.
얼마 전에 시동생이 내게 그랬다.
`소녀 감성' 내지는 `나는 자연인이다' 감성의 형수가
지극히 이성적인 형과 살려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어려움이 많겠다고.
나의 대답은 이랬다.
같이 살려면 어쩌겠어요. 포기하는 부분도 있어야지요.
진심인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주 감성적인 남편보다 좋은 점도 많다.
남자가 나같이 감성적이면 소는 누가 키우나?(정말로 소 키우는 것은 아니고요)
감성적이고 소도 잘 키우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신은 나에게 두 가지 복을 다 허락하지는 않으셨다.ㅎㅎ
그리고 나는 소녀 같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듣는지라 일부러 털털해지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 말이 꼭 칭찬만은 아닌 것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어서...
봉골레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크림 해산물 파스타를 시켰는데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남편 것의 크림 해산물 파스타를 넘봤더니
순순히 내게 자신의 것을 밀어주고 봉골레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먹었다.
나는 눈 동그랗게 뜨며 "무슨 일이고?" 하며 아주 맛있게 먹었네.
그뿐인가. 피칸 파이 하나와 고르곤졸라 바게트도 먹었네.
요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길래 일부러 아침 굶은 상태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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