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오다가 말다가 하다가 반짝 개인 날,
만사를 제쳐 놓고 연꽃 보러 달려갔었네.
연꽃들은 신나게 신나게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황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네.
연꽃 보러 온 김에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뒤에서 내 뒷모습을 보고 무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그들의 말이 내 귀에
정확하게 와닿는 것 같았네.
"등이 땀으로 다 젖었어!"
오늘 같이 더운 날,
하필이면 분홍색 티셔츠를 입을 건 뭐람.
나의 아둔함에 머리를 흔들었다.
그 더위에 찍은 사진들이 혼자만 보기 아까워
친구들과의 단체 톡방에 물어보았네.
"얘들아, 오늘 같이 더운 날
구슬땀 흘리며 연꽃 구경하는
미친 여자의 연꽃 구경 해볼래?"
어여쁜 연꽃에 대한 감흥이 사그라들지 않은 나는
답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새
"승낙하리라 믿고 연꽃 사진 폭탄 투하~!"
하고선 연꽃 사진 폭탄을 떨궜네.
예쁘다는 답신과 함께 거기가 어디냐고 묻길래
"우리 동네 아산 신정호"
하지만 `우리 동네'라는 표현 앞에서 몇 분 멈칫거려야 했네.
나는 아직도 이곳의 여행자 같은 기분이거든......
달콤한 7월을 당신께 / 김홍성
뜨거운 햇살 아래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둥글둥글 익어가는
7월의 싱그러운 향기를 드립니다
부풀어 터질 것만 같이
푸르디푸르지만
달콤했던 기억만 가지고
당신의 추억의 길을 그리워하듯
달콤한 생각만 익혀낼 것입니다
7월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풍요로운 땅만 보고 살아온 열매지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내 작은 소망이 영글어 당신께
기쁨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뜨겁도록 달궈져 가는 7월에는
땀 흘리는 당신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며 새콤 달콤하게 익혀
7월은 당신께 행복의 파도로
가슴 출렁이도록 하겠습니다
채련곡(그대와 함께 연밥을 따다) / 허난설헌
가을에 맑은 호수는 푸른 옥처럼 흘러가고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 메어두고
사랑하는 그대를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
행여나 누가 봤을까 반나절 부끄러웠네
- 이제 고작 7월이고 아직 한여름이지만
연밭에 오면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한시.
이러다 연꽃 관광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게 한쪽에 조성된
몇 개의 넓은 연밭을 제외하고도
호수 중심으로 온통 연의 세력이 뻗어나가고 있다.
연꽃이 예쁘긴 하지만 파란 호수를 보는 것도 좋아서
좀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