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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6월 중순) 같은 듯 다른 듯 초여름의 해 질 녘. 벼들은 한 뼘쯤 자란 듯하고 가깝고 먼 산을 희끗희끗하게 수놓은 밤꽃들의 향기가 희미하게 바람결에 날아온다. 길가엔 금계국이 노랗게 노랗게 꽃길을 만들고 묵정밭에는 개망초가 한가득 피어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비 온 다음날 풍경 2021. 6. 15.
아들에게 가며 오며 작은아들에게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고색창연한 건물을 보았다. 만날 보았지만 이 날 특히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 처음부터 미술관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 영사관으로 사용된 건물로, 1905년 회현동에 준공되어 1983년 지금의 남현동으로 이전, 문화재 관리국 전문위원들의 도움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건물을 옮겨왔다는 것이 퍽 신기하다. 2004년 5월 우리은행이 서울특별시에 무상 임대하여 공공미술관으로 새롭게 꾸며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2004년 9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번 지나쳐 올 때 더 잘 좀 찍어와야겠다. 아들 집에 가는 길에 마주치는 독특한 건물 중에는 `구립 김영삼 도서관'도 있다. 볼 때마다 참 독특한 건물이다 감탄하다.. 2021. 6. 15.
6월의 열매들 봄에 꽃 피웠던 나무들이 어느덧 하나둘 열매 맺는 시기가 유월인가 보다. 길을 가다 보면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다. 6월의 살구나무 김 현 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 2021. 6. 15.
오십견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최소한의 운동량을 채우려고 길을 나섰다. 몸이 어딘가 고장 나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불편하고, 짜증 나고, 뭘 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으며 맛있는 걸 몇 번이나 먹으며 흡족해하고, 경치 좋은 곳에 가서 감탄하며, 예쁜 옷을 사 입고 즐거워할 돈이 깨진다. 오래 사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통증 없이 즐겁고 상쾌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이다. 7개월 전이었나.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에 갈 수 없게 되자 홈트레이닝을 하겠다고 남편이 간단한 운동 기구를 하나 샀다. 8년 동안 하던 헬스를 못하게 된 나도 이따금 그 기구에서 깔짝거렸다. 걷기 운동만으로는 성에 안 찬 데다가 그래도 내가 8년씩이나 헬스를 했던 사람인.. 2021. 6. 12.
영인산에 오르다 재작년 7월에 잠시 아산에 다니러 왔다가 땀 뻘뻘 흘리며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녀갔던 영인산에 갔다. 지난해에 다녀갔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뒤져보니 그게 어느새 재작년 여름이다. 세월 참 빠르다. 이번엔 작정하고 산에 오르려 갔는데 생각보다 낮은 산이어서 조금 싱거운 마음으로 등산이 끝났다. 산 밑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데크길로 계속 올라갔어야 했는데 얼마큼 올라가서 휴양림에 주차하고 오르자니 얼마 걸리지 않아 신선봉 꼭대기에 도달했다. 오르는 길에 시비가 몇 개 놓여 있다. 좌측 수목원과 우측 산림박물관으로 갈라지는 곳에 작은 광장이 있고 그곳에 포토존이 있다. 루피너스가 한창이다. 무장애(무슨 뜻인가 검색했더니 장애가 없다는 뜻이란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네. 그리고 이제 보니 영인산 무장애 나눔길 밑에.. 2021. 6. 9.
벨기에에서 5 한국문화원에 미팅이나 일 있을 때 타면 문화원 바로 앞까지 간다고. 벨기에는 백신 접종이 꽤 진행돼서 곧 있으면 식당도 테라스만 여는 게 아니라 완전히 연단다. 아들은 아직 나이가 안 되지만 80년대생까지도 백신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또 유럽 내는 여행이 점점 자유로워져서 아프리카 대륙 옆 대서양 쪽에 있는 스페인령 섬까지도 다녀온다고 하자, 작은아들이 테네리페? 하고 물어보아서 그제야 우리는 그게 우리가 익히 에서 보았던 `산타크루스 데 테네리페'를 말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어디나 장단점이 있긴 마련인데 유럽의 단점은 국경이 다 열려있으니 범죄 수사는 비교적 힘들고, 그만큼 여행은 편하다고. 벨기에 플란더스 지역 겐트에 놀러 갔단다. 강이 예쁜 곳이라는데 얼마 전에 헬렌 님 블로그에서 보았듯이.. 2021. 6. 8.
친정에서 6월 1일에 엄마의 코로나 백신 1차 접종하는 날이어서 혹시 모를 후유증에 대비해 서울에 갔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판교를 거쳐 장지동으로 해서 석촌호수를 옆으로 잠실을 지나 자양동과 구의동, 어린이대공원 후문 쪽을 지나고, 중곡동을 지나 엄마에게로 가는 길. (길을 잘 모르는 데다가 내비가 이상한 방향으로 알려주고, 그마저도 잘 못 알아 들어서 2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는 길을 갈 때 올 때 모두 3시간 남짓 걸렸다. 에효......ㅠㅠ) 하필이면 내가 오래전 생활하던 곳을 딱 거쳐가는데 옛 생각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길이었다. 석촌호수는 땅 팔 때부터 보던 곳이라 지날 때면 그곳의 번화함에 늘 놀라고, 잠실대교를 건너며 양옆으로 보이는 한강을 보며 반가워하고, 이어 자양동을 지나며 보니 내가 첫 .. 2021. 6. 7.
선물 지지난주 금요일, 2주 만에 집에 갔더니 우편함에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막내 이모로부터 온 것이었다. 궁금증을 가득 안고 봉투를 열어보니 이모의 그림 작품집이었다. 고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모의 그림은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구불구불하다.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이모에게 전화했더니 혹시 이모의 그림에 대해서 궁금하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란다. - 어머나, 제가 이모에 대해서 얼마나 자주 검색해 보는데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 한 것도 다 알고 있어요. 수화기 저 편에서 이모가 흐뭇하게 웃는다. 오래전 어느 날, 이모는 그림을 전공하는 딸에게 힘들고 지친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 겸 그림 한 장 그려달라고 했더란다. 그 딸이 많이 바빴던지 엄마가 직접 그리라고 했더란다. .. 2021. 6. 6.
해 질 녘 (6월 초순) 구름이 너울너울 파도처럼 출렁이는 것 같은 저녁 하늘. 2021.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