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준비를 하며 서쪽 창을 바라보노라니 하늘이 이상했다.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다섯 시 반쯤에 저녁을 먹노라면
환한 대낮에 먹는 기분이 들어
- 이게 점심이야? 저녁이야?
확인하는 농담을 하게 된다.
지난 주중엔 공휴일이 끼어 있어 집에서 끼니를 많이 해결해야 했는데
나가서 한 끼쯤 해결해도 되지만 오미크론이 무서워서 모두 다 집에서 해결했다.
그래서인지 마트에도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더 북적거렸다.
드디어 주변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동생네 가족은 3차 접종까지 한 상태이고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해서인지 다행스럽게도 무증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남편의 지인들 중에서는 기침이 아주 심하고 복통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조마조마하게 살얼음을 딛는 기분으로 검사 키트와 상비약도 준비해 놓고
몸 상태가 조금만 이상한 것 같으면 혹시? 하는 버릇이 생겼다.
3월이고,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 하지만 난 항상 3월이 춥게만 느껴진다.
두툼한 외투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이 온 것 같아 거추장스러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싶은 내 마음과
모두들 나 같은 생각에서인지 얇은 외투를 입고 있는데
혼자만 두터운 외투를 입고 있으면 쏠리는 시선들이 심상찮다.ㅎㅎ
두터운 외투의 무게도 은근히 있는지 가벼운 외투로 갈아입고 나면 몸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얇고 가벼우면서 따뜻한 옷을 선호하고,
핸드백도 무거운 가죽보다는 가벼운 천으로 된 것을 선호하나 보다.
해가 산 너머로 꼴깍 넘어가고 있었다.
너무나 예뻐서 탄성을 절로 지르게 된다.
- 저 해 좀 봐봐아~~~!!! 멋지다!
사진에 반도 담기지 못하는 하늘빛의 오묘함과 신비스러운 분위기.ㅋㅋ
호수를 돌다 문득 하늘을 보니 이번엔 초승달이 내 시선을 붙잡네.
- 어머~! 저 이쁜 달 좀 봐봐아!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몇 일자 달인가 헤아려 본다.
음력 초닷새 달이었다.
늘 그렇듯이 달은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니고......
오늘도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저축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밥 먹는 것처럼 예사롭게 열심히 호수를 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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