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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어, 수달이다!

by 눈부신햇살* 2022. 3. 17.

 

그제도 어김없이 이렇게 서쪽 하늘이 붉어질 즈음 저녁을 먹었다.

 

 

어디에 걸려 있었다고 말하기 난처한 장소에 이렇게 노을에 관한 시가 걸려 있었다.

 

 

호수에 도착하니 동쪽 하늘에 반달이 걸려 있었다.

아마도 낮부터 나와 있었던 것 아닐까?

이렇게 환한 하늘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찍고 보니 낮의 하늘 같이 파랗게 나왔다.

 

 

날이 풀리자 호수를 도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추운 겨울날 우리 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리던 길에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어우러진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조금 불편한 딸에게 지극정성인 것 같은 모녀도 다시 마주친다.

 

우리를 질러 앞서 가던 아저씨 한 분이 호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말을 걸어왔다.

- 저거 수달 아녜요?

우리도 황급히 호수를 보았다.

어찌나 재빠르고 잠수 실력이 뛰어난지 제대로 찾을 수가 없는데

물 위에 가만히 떠있던 오리들이 꽥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자리를 더듬어 보면 영락없이 수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신정호에서 수달을 보다닛!

어머, 어머, 감탄사가 절로 마구 쏟아져 나오고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치게 된다.

내 반응에 아저씨는 더 신이 나서 수달이 얼굴을 쏙 내밀 때마다 저기 있다고 알려 주신다.

 

 

흡사 뱀이 지나가는 모습 같기도 해서 처음엔 뱀(뱀 나올 철은 아니지만)인 줄 알았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수달이었다고 한다.

조개 까먹는 수달이란 인식으로 무척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수달을

동물원도 아닌 내가 매일 산책하는 호수에서 보다니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저녁이었다.

한참을 수달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는.

 

 

 

일산 집에서 그림을 가져오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호장치를 하지 않은 채 

그림을 차 트렁크에 엎어서 싣고 왔었다.

무심히 그림을 바라보다가 깜놀.

등산하는 사람 앞의 나무뿌리가 부서져 떨어져 나갔다.

아이고, 맙소사!

그림을 그린 이모에게는 절대로 말 못 할 일이네!

더군다나 이모 전시회에 가서 조카라고 3분의 1 가격으로 할인해주긴 했지만 나름 거금 주고 사온 그림인데......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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