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또는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또또는
`오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를 떠올리게 하는 4월의 꽃 목련을 보러 갔다.
신정호 둘레에 이름 앞에 `백'이나 `별'이나 `자주'나 `자'나 `일본'이 붙지 않는
정말 말 그대로 딱 `목련'인 나무가 딱 한 그루 있다(내가 발견한 게 한 그루 일수도).
지나갈 때 보면 유난히 하얀색인 그 나무를 보러 일부러 벼르고 갔다.
걷기 운동하며 지나쳐 갈 때 예뻐서 보러 갔더니 정작 사진에는 별스럽게 해도 예쁘게 담기지 않는다.
실물 미인.
발밑에는 <자주광대나물>이 피어나고 있다.
잎들이 정말로 광대의 너풀거리는 옷처럼 꽃들을 받치고 있나, 하고 들여다보았지만
그냥 <광대나물>이 훨씬 더 그런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볕이 어찌나 좋은지 나른해진다.
노글노글 풀어지는 몸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 무렵에 걷기 운동하러 갔더니 이곳저곳의 백목련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목련(木蓮)은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라는 뜻이라는데
내 눈에는 백목련이 더 연꽃과 비슷하게 보인다.
목련은 화이트, 백목련은 아이보리 색을 하고 있어서
목련은 순백의 깨끗한 느낌이 더 강하고, 탐스럽고 소담스러운 뽀얀 느낌은 백목련이 더한 것 같다.
그새 목련은 져가고 있고, 백목련은 탐스럽게 가지마다 등불 하나씩 밝히듯이 피어나고 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라는 노래의 주인공 앵두꽃도 피었다.
꽃보다 열매인 앵두가 더 예쁘다고 하면 꽃에 대한 모독인가? 미안!
빨갛고 윤기 나는 앵두가 오종종 가지에 조르륵 달려 있으면
왜 예쁜 입술을 앵두에 비유하는지 단박에 이해가 팍 가더라는.
지난번엔 점양동 쪽의 수초 사이에서 수달을 발견했는데
요번엔 방축동 쪽의 수초 사이에서 수달을 발견했다.
새들이 꽥 내지는 꺅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자리를 눈으로 더듬어 보면 영락없이 수달이 지나가고 있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가는 수달.
지난번에 수달을 보지 않았다면 오늘 저렇게 헤엄쳐 가는 것이 아마 새의 한 종류라고 무심히 보아 넘겼을 것이다.
그때 이후로 걷는 중간중간 호수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
간혹 들고양이들이 물고기를 잡는지 물가에 서서 물속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기도 한다.
수달이 고양이보다 조금 더 큰 몸집인 것 같다.
폰카라서, 내게서 좀 떨어진 곳이라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달의 몸짓이 재빨라서
이렇게 밖에 수달을 담을 수 없음이 좀 아쉽다.
그런데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수달을 발견하는 일이 왜 기쁨을 주는지 모르겠다.
하긴 지나가다 왜가리만 보아도 나는 "왜가리!" 힘줘 부르며 지나간다.ㅎㅎ
왜가리는 머리 뒤의 긴 잿빛 장식 깃털이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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