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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8

마침표를 찍다 큰시누이와 남편이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진료받으러 간 사이 한바탕 집안 청소를 말끔히 하고, 막힌 배수관을 검토하러 온 시청 대행업체분도 다녀간 후 혼자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지난번과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멀리 나지막한 야산 위로 전원주택지가 조성되고 예쁜 집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저기서 보이는 것은 비닐하우스 바다일 것만 같다. 딸기 작물을 하는 이곳은 온통 딸기하우스가 넘쳐난다. 한동안 잡목으로 넘쳐나 물 흐르는 곳조차 보이지 않던 뒷내는 나무들을 말끔히 베어내었다. 저기 건너편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은 벚나무일 것 같다. 나지막한 야산자락 전원주택의 조망권은 가까운 딸기하우스 너머 멀리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려나. 성탄절도 시골집에서 보냈던 우리는 한해의 막바지 날들도 시골집에 있었다.. 2023. 1. 2.
겨울 이야기 2 호수 가득 하얗게 눈 쌓인 풍경이 보기 좋아서 다음날엔 낮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하루 사이에 풍경이 변했으면 얼마나 변했으리라고 나는 또 마치 새로운 풍경을 접하듯이 어제 보았던 것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넓게 펼쳐지는 신정호의 하얀 겨울 속으로 빠져 들었다. 뽀드득뽀드득, 사각사각, 사박사박 흰 눈 밟고 걸어가요. 눈이 아무리 좋아도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은 무서워 등산화 신고 걸어가요. 멀리 보이던 갱티고개 옆 황산이 가까운 곳의 안산 끝자락 뒤로 숨고, 갱티고개 옆 오른편으로 금암산이 보인다. 금암산 옆으로는 보갑산에 이어 덕암산이 순천향대까지 이어지나 보다. 지리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한 덩어리 같아도 길게 이어지는 산 봉우리마다 다 따로 이름이 있어서 신기하다. 외암마을 맞은편 평촌리 서남대학교 뒷.. 2022. 12. 28.
시골집에서 3박 4일 12월 6일 열흘간 입원하신 어머님이 답답해서 못 있겠다 하셔서 조금 당겨 퇴원하셨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비교적 괜찮은 상태라고 하지만 뇌졸중은 어머니를 무기력하고 활동하기 불편하게 만들어서 보호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하필이면 간병인이 코로나에 걸려서 마지막 나흘간은 막내아들인 시동생이 병간호를 하게 되었고, 퇴원하시고 나서는 첫 번째로 내가 나흘간의 당번이 되었다. 그 후로 짧게 길게 번갈아가며 각자 시간 되는 대로 작은 시누이, 둘째 아주버님, 동서, 그다음에 다시 내 순번이 되어 목요일이면 또 내려가 봐야 한다. 오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뒷내 둑방길을 걷는다. 곱게 빗은 단발머리 같은 억새. 붉은 찔레 열매, 노란 담벼락, 눈을 껌벅이며 대문 앞에 앉아 멀뚱멀뚱 .. 2022. 12. 13.
오늘의 걷기 오늘은 걸어서 신정호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가면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합하여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그동안 인적 뜸한 인도 위를 덩굴 식물들이 점령하여 길이 없어진 곳들이 많았는데 그사이 제초작업을 하여 다시 길이 나타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반가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이따금 차로 넘어가곤 하는 갱티 고개를 배경으로 한 논의 벼들은 아직 푸르다. 초사천을 정비하면서 둘레에 울타리를 친 이 나무를 가까이서 보려고 나무 옆으로 넓게 새로 난 하지만 아직은 포장하지 않은 흙길로 접어들었다. 깔끔하게 나무 둘레를 단장하여서 왠지 나무가 대접받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쪽에서 보니 논의 벼 색깔이 완전 초록이 아니고 누렇게 익어가는 중인 것 같다. 신정호에 당도하.. 2022. 9. 18.
동네 한 바퀴 과수원의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탐스러운 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벼 이삭이 패기 시작하고, 김장 무의 밑이 땅속에서 굵어지고 있으리라. 옆의 땅콩 밭은 풀 반 땅콩 반이었다. 무슨 풀이 점령하고 있나 살펴보았더니 `우슬'과 `방동사니'와 `바랭이' 천지였다. 땅콩은 어머니가 즐겨 심는 농작물이기도 한데 수확해 널어놓고 말리노라면 까치들이 자기들의 잔치상인 줄 안다고 한다. 망을 씌워 놓고 말려도 일부는 까치들의 밥이 된다고. 안녕! 반가워! 또 올게! 내가 좋아하는 나무. 올봄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 장식하던 담벼락에는 지금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 보랏빛으로 익어가고 있다. 꽃도 잘 가꾸는 아주머니는 농사도 잘 지으시나 보다. 방울토마토도 보이고, 가지도 보이고, 먹거리가 풍성한 자그마한 텃밭이 있다. .. 2022. 8. 25.
따로 또 같이 그제 남편이 출장을 가서 저녁을 먹고 습관대로 혼자서 신정호에 갔다. 새로 들어선 다리 위에서 신정호로 흘러드는 초사천 쪽 물을 보니 비가 자주 내려 흙탕물이다. 맑고 푸른 물에 나무가 비친다면 더 예쁜 풍경이 될 텐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저 커다란 나무 몇 그루는 버드나무보다 잎이 조금 넓고, 가지가 크게 벌어지고, 곧바로 자라지 않고 가지가 비스듬히 자라는 경우가 많으며 축축하고 습한 땅을 좋아해 대체로 바로 옆에 물이 있는 개울가에 터를 잡는다는 왕버들나무겠지. 그 앞에 은행나무는 벌써 저 혼자 빠르게 노랗게 물들었다. 저러다 잎도 빨리 떨구겠지......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연꽃들이 다 오므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잠깐씩 햇살이 비추는 때도 있어서인지 저렇게 비에 젖으며 꽃잎이 활짝 벌어져.. 2022. 8. 24.
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이 필 때면 한 번쯤 떠올려 보게 되는 시. 그 여자네 집 김 용 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빡깜빡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 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 2021. 3. 27.
노란 산수유꽃 따라 평촌리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그래서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면 더욱더 꽃 보는 기분이 좋았으련만. 연일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어서 시야를 방해한다. - 들판의 하얀 새는 백로인가? - 그렇지. 퇴근한 남편에게 물었더니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저 물속에 서 있는 코딱지만 하게 보이는 새는 백로인 걸로. 저 멀리 오른편으로 당림미술관이 보인다. 언젠가 차로 지나가면서 한번 구경 가자는 말에 평일에 혼자 가보란다. 그렇다면 꽃이 필 때 풍경이 예쁘다고 하니 온 세상에 꽃들이 만발한 사월 어느 날 씩씩하게 혼자 가보리라. 지난해 늦가을 어떤 할머니 두 분이서 말라서 쪼그라든 산수유를 따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더니 그 산수유를 그렇게 막 따가도 되는 건가? 했다. 글쎄, 그래도 되..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