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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기 형 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착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들의 자손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고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2005. 4. 18.
찬비 내리고 찬비 내리고 -편지1 나 희 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 2005. 4. 14.
목련꽃 피는 봄날에 목련꽃 피는 봄날에 용 혜 원 목련꽃 피는 봄날에 봄 햇살에 간지럼 타 웃음보가 터진 듯 피어나는 목련꽃 앞에 그대가 서면 금방이라도 얼굴이 더 밝아질 것만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가장 행복한 모습 그대로 피어나는 이 꽃을 그대에게는 한아름 선물할 수는 없지만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쁨만으.. 2005. 4. 11.
우리의 마음은... "밤이면 밤마다 수많은 별똥별들이 우주를 가르듯, 선뜻 형언키 어려운 사실들이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고 일상으로부터 쫓아낸다. 망망하고 거친 대해를 항해하는 내 영혼은 고뇌에 휩싸인다. 과연 얼마나 더 많은 날을 견뎌야 하나. 그런데 오늘, 위험이 어느 정도 지나가자 나는 갑자기 커다란 희망이 샘솟는 걸 느끼며 나를 감싸고 있는 대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뜨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줄 수도 있다는 것을." - 체 게바라 2005. 4. 7.
비포 선셋-'생각-성격-운명'의 3각함수 "복권 당첨자와 전신마비 환자를 관찰한 결과, 닥친 상황은 극과 극인데 6개월이 지난 뒤엔 모두 본래 성격으로 돌아가더래. 명랑한 사람은 장애인이 돼도 명랑하게 살고, 꼬여 있던 인간은 부자가 되어도 뒤틀린 인간으로 살더래." (제시) "그럼 난 평생 우울하게 살겠네?" (셀린느) "당연하지." (제시) - 영화 '비포 선셋'에서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 9년 만에 만난 과거의 연인 제시와 셀린느.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비포 선셋'(DVD.워너브러더스)은 그들이 '어떻게' 되기 직전에 끝난다. 셀린느는 말로는 제시 에게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다"고 채근하면서도 유혹하듯 춤을 추고, 제시는 공항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화는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80분 동안의 수다로 드러난 이들의 성격에 사람.. 2005. 4. 6.
러브 미 이프 유 대어 " La Vie En Rose " 삶에의 본원적 갈망을 노래하다 감독: 2005. 4. 6.
포레스트 검프-선택, 그 이후의 운명은 "제 운명은 뭐죠?" (포레스트)"그건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 뭐가 나올지 모르거든." (엄마)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와 죽음을 앞둔 엄마의 대화 - 영화 '포레스트 검프'(DVD.파라마운트)에서 포레스트가 한번에 100개라도먹어치울 수 있다고 자랑하던 초콜릿은 안에 땅콩이나 크림이 든 핸드메이드초콜릿이다. 신중하게 골라봤자 먹어보기 전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포레스트의 엄마는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인 것 같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우연한 선택의 연속으로 운명이 만.. 2005. 4. 6.
흐린 날에... 흐린 하늘 밑 어디쯤 내가 있는 것 같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잿빛 하늘이 낮게 낮게 드리우고 비가 쏟아졌다. 잠결에 설핏설핏 차창과 차지붕을 탁탁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어 바라보면 창밖은 여전히 회색으로 잠겨있다. 그 풍경에 따라 올라오는 어릴 적 기억 한 토막. 아홉 살 때, 작은아버지와 둘이서 밤 완행열차를 타고 아무것도, 아무 형상도 보이지 않던 암흑 속을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을 철커덕철커덕 기차 바퀴 구르는 소리에 묻혀 서울로 올라오던 멀고 먼 유년의 기억들...... 유리창은 거울이 되어 작은 계집애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이고, 그 옆에 혹 '선데이서울'이나 '주간경향'을 읽는 모습이거나,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든 모습이거나, 삶은 달걀을 들고 있는 모습의 작은아.. 2005. 4. 6.
종로에서 1 어제는 오랜만에 다시 종로로 나갔습니다. 외출 준비하면서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가늠해보니 공기는 찬 듯해도 햇살이 눈부셔서 감히 도톰한 옷은 못 걸치겠더라구요. `그래도 봄인데......' 하는 생각에 와인색 가죽재킷으로 결정을 보고 역시 봄이니까, 하는 맘으로 분홍색 니트를 받쳐 입고 라라~~ 집을 나섰습니다.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전철역에서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찬 지 나중엔 몸이 달달 떨려오더라고요. 20여분이나 기다린 끝에 친구들을 만나 전철에 오르니 그제야 조금 살 것 같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초등 5년 교과서에 일부분이 오르게 된 걸 알았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책인데, 신기하고 놀랍고 "어머.. 2005.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