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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식욕이 부푸는 나이

by 눈부신햇살* 2006. 10. 13.

 

 

 

 

 

 

 

 

 

 

 

한창 크는 나이인 두 녀석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잘 먹는다. 아빠 엄마가 육식을 좋아해서인지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아이들도 저녁 식탁에 고기 요리가 올라야 환호성이 터지고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는 물음에 "소박한 밥상!"이라고 대답하면 "에이!" 하는 대답이 여지없이 돌아온다.

 

 

 

남편은 예전 고등학교 다닐 때에 2교시 끝나면 벌써 배가 고파와서 찬합 만한 누런 양은 도시락에 싸 간 밥을 반을 먹고 점심 시간에 나머지 반을 먹었다고 한다. 줄줄이 딸 셋 낳고 마지막으로 간신히 아들 하나 낳아서 시집살이에서 벗어난 친정 엄마와 동생들과 생활할 때 막내 남동생은 여자들 틈에서 자라느라고 그랬는지 거의 여성화되어서 남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남자들의 세계를 잘 모르고 컸다. 남자들이 한창때에 그리 많이 먹는다는 것도 몰랐다.

 

 

 

이제 중 1짜리 큰녀석이 하는 걸 보면 예전 남편이 고등학생 때에 했다는 행동들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요즘 아이들은 일찌감치 몸도 마음도 성장하나 보다. 그 녀석은 1교시가 끝나면 배가 너무 고프다고 한다. 심지어 어쩔 땐 등교하는 중에 벌써 배가 고파올 정도라나. "그럼 매점에 가서 빵 사먹지?"교내에 매점이 없단다. 매점 없는 학교도 있었던가. 뭔 재미일까.

 

 

 

큰녀석이 오늘 소풍, 현장학습을 갔다. 그냥 간단하게 분식집에서 김밥 몇 줄 사서 보낼까. 아니면 많이들 그리 한다는 아침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몇 개 사가라고 할까, 하다가 우리 아이들 먹성을 생각해서 배불리 김밥 먹이자는 생각에 김밥을 싸기로 했다.

 

 

 

김밥을 무척 좋아하는 녀석들을 위해서 저녁에 일부를 싸서 먼저 먹인 다음 다음날 새벽에 다시 밥 지어서 소풍용 김밥을 싸서 보내곤 한다. 어제 저녁에 남편은 출장지에서 잘 거라고 연락이 오고, 셋이서 먹는데 아홉 줄의 김밥을 쌌다. 집에서 싸는 것은 밥을 좀 넉넉히 넣고 싼다. 아이들의 식욕을 고려해서.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싸는 것은 밥이 따끈따끈할 때에 싸서 곧바로 썰어주니까 사 온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항상 느껴지는지 엄마가 싸는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김밥을 싼다고 하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져서 싱글벙글 거리며 돌아다닌다.

 

 

 

오늘 아침에는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밥을 안치고, 밥이 되는 동안 30분쯤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시 일어났다. 큰 녀석도 일어나서 씻고 김밥 싸는 내 옆에 앉아서 늘 그렇듯이 바뻐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말들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나는 건성으로 응, 응 대답하면서 손 놀리기에 바빴다.

 

 

 

김밥 일곱 줄을 싸서 두 줄은 아이 먹으라고 썰어 주고, 두 줄은 도시락 싸고, 두 줄은 작은 녀석을 위해서 남기고 나는 한 줄을 먹었다. 그리고 유부초밥을 작은 도시락 통에 여섯 개 싸고, 큰 녀석 세 개 먹으라고 하고, 나 세 개 먹고, 나머지는 작은 녀석 먹으라고 남겼다. 유부가 부족해서 싸지 못한 양념된 밥들은 한 입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빚어 놓았다.

 

 

 

7시에 작은녀석을 깨워서 아침 먹으라고 하고 피곤해서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서 나가 식탁을 쳐다보니 맙소사! 그 많은 밥들을 다 먹어 치웠다. 눈곱도 떼지 않고 잠에 취해서 몽롱하게 식탁 앞에 앉은 녀석이 어떻게 그 많은 밥들을 다 먹었는지. 놀래는 내게 오히려 뭔 일 있냐는 표정을 짓는다. 그 많은 밥들이 다 어디로 들어가며 그러고도 마르는 이유는 뭔지. 신기하고 또 신기할 따름이다. 말랐으니까 먹으라고 내버려두지 살이 찐 상태에서 그리 먹었으면 관리 좀 하라고 내게 어지간히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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