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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어쩐지......

by 눈부신햇살* 2006. 10. 12.

 

 

 

 

 

 

 

 

 

 

추석 전에 머리가 덥수룩한 것이 깔끔한 인상을 주지 않고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압도적이길래 이발을 하고 시골에 가자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하던 두 녀석.

어제 큰 녀석이 머리를 자르고 왔다. 머리 자르는데 좀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오길래

손님들이 많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머릴 자르고 집으로 들어서던 녀석,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며 희희낙락이다. 자신의 머리가 너무 멋지지 않냐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건들거린다. 얼른 쳐다보니 단정해 보여서 나도 맘에 들었다.

어디서 잘랐냐고 물으니까 늘 가던 곳에서 잘랐다고 한다.

두 녀석과 내가 자주 이용하는 미장원이다. 기쁨에 겨워서 되돌아서는 녀석의 머리빛이 다른 날과 달리 갈색빛을 띠고 있길래, 어리석고 순진한 이 엄마 '시골에서 땡볕에 장시간 일하더니 머리가 탈색됐나......'라고만 생각했다.

 

오늘 아침, 녀석을 배웅하던 나는 아무리 봐도 칠흑같던 흑발이 왜 갑자기 갈색빛을 띠는지 너무도 이상해서 물어봤다.

"너, 염색했니?"

"응."

"으이그! 근데 왜 말 안했어?"

"엄마가 아무 말 안 하니까 못 알아보는 줄 알고서 굳이 말 안 했지."

"어쩐지...... 이상하더라...... 어째 벌써 멋 내는 것에 눈을 뜬다니?"

"왜? 그럼 안돼?"

"아니, 고등학생도 아닌 이제 겨우 중 1짜리가 벌써 그러면...... 아이고!"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은 제 머리가 맘에 들어서 좋아 죽겠다는 시늉을 하면서 학교에 갔다.

그러니까 내게 5천 원 받은 것과 자신의 용돈을 합해서 염색까지 한 것이다. 염색 비 달라고 했다간 염색 비는커녕 훈계만 한 바가지 들을 게 뻔하니까.

 

돌아서며

"아니, 쟤는 누구 닮아서 저런다냐. 엄마 아빠는 그렇게 멋 내지도 않건만."

가만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작은 녀석,

"혹시 학교 다닐 때 아빠가 멋을 냈던 거 아닐까요?"

풋! 고등학교 다닐 때 남편은 집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재봉틀로 바지폭을 줄였다 늘였다 하며 별 멋을 다 냈다고 한다. 혼자 하는 것도 모자라서 바로 위의 형, 둘째 아주버님 바지까지 늘려줬다 줄여줬다 하면서 유행을 따랐다고 하니 그 아들에 그 아버지인지......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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