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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by 눈부신햇살* 2006. 7. 6.

 

 

 

 

핸펀 그기 무슨 기한 물건이라고,사줘요,
아이들 사생활에 대한 노파심이라면 염려놓으시는 쪽이 ...
그거 별거 아닙니다,
핸펀하나로 하루종일 죽치고 노는, 집중도 있는 얼라들의 깊이도 칭찬해줘야합니다,
디지털 창조놀이입니다,
처음 제가 핸펀 산날, 잠도 안주무시고 종일토록 메뉴얼 가지고 놀았던 적도 있답니다,
아이들은 대개 문자놀이를 즐길겁니다,그외는 사진놀이,음악놀이 등등일겁니다,
사주세요,아이의 기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춘기입니다,
지네들끼리의 문화소통을 단절시키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핸펀을 사주는 대신 엄마와의 약속을 조건부로 제한하는 겁니다,
이때,엄마의 창조적인 협상안을 거십시오,밀고 땡기는 긴장된 제휴가 시작될겁니다,
약속 지키지 않았을때 내거는 '조르기'압박을 통해서 자연스런 사춘기를 무사하게 통과시키는 지혜....
사줘요이씨잉~

 

 

아들의 관심이 온통 휴대폰으로만 가 있던 때, 사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고

망설일 때 친구 하나가 이렇게 댓글을 올렸다.

망설임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 글이었다. 그날 저녁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에게 사주자고 했더니

남편도 슬슬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는지 사주자고 했다.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아들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눌러도 솟아나는 기쁨 때문에 흥에 겨운 몸짓과 얼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 주의 토요일이나 일요일쯤에 사주기로 했었는데, 사줄지 안 사줄지도 모르고 조르던 때도 있었음에도 사준다고 한 그때부터 시계가 더 더디 가기라도 하는지 더욱더 조바심을 쳤다.

드디어 휴대폰을 사러 갔던 날.

개인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내 보기에는 별로인데, 최신형의 슬라이드 타입으로 까만색의 조그만 휴대폰을 제 아빠와 쿵작이 맞아서 골랐다.

mp3 기능도 있어서, 작년 설에 제 용돈으로 샀던 mp3를 석 달만에 잃어버린 후로 처음으로 갖는 제 몫의 mp3이기도 해서, 이제부터는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빌릴 일이 없어져서 더욱 흥에 겨워서 몸을 들썩이며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다.

 

아들은 딴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지, 시험기간에도 생전 떠들어보지 않던 교과서를 이번 시험기간에는 제법 열심히 들여다봤다. 중학교에 들어간 초기에는 겁 없이 전교 1등 하면 휴대폰 사주겠느냐고 물어서 속으로는 얘가 느닷없이 뭘 믿고 전교 1등 운운하나, 초등학교 때의 실력으로 보아 어림없을 전교 1등인데, 저 자만감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거라지 하면서 아이가 아직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중학생으로서 첫 시험을 보고 온 날, 전교 3등 하면 안 될까요? 하고 다시 협의를 해왔다. 잠시 쳐다보다가 인자한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전교 5등까지 봐준다.

 

그다음 날, 시험 보고 와서 다시 협의가 들어왔다. 엄마, 전교 7등.

그래, 까짓 거 전교 10등 안에만 들면 된다.

결과는 반에서 7등이었고, 전교에서 30등 정도였다. 내 예상이 적중했던 터라 나는 그저 웃고 말았는데, 제 아빠에게는 엄청 혼났다. 이 녀석이 그리 여름날의 메뚜기처럼 만날 음악이나 듣고, 기타나 퉁기고, 친구들이나 만나러 다니니...... 나중에 너의 인생을 생각하면 어쩌고 저쩌고......

업무상 어디 관공서에 가면 상사가 들이닥친 줄 알고 벌떡 일어나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인상을 더욱 구기며 엄격한 말투로 야단을 치니 그렇잖아도 순하기 짝이 없어서 조그만 야단에도 금방 풀이 죽는 녀석의 고개가 방바닥에 닿을 지경이었다.

 

그 녀석이 이번에는 눈에 불을 켜고 조금 공부를 했다.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인 영어에서 100 점, 국어에서 100 점, 다른 과목들은 90점대... 이틀 동안 돌아와서 돌아오기가 바쁘게 나를 붙들고 시험을 너무 잘 봤다고 이러다가 자기가 반에서 1등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그러나, 3일째 되는 날에 돌아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기를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수학만 학원에 다녀야 하려나 봐요, 72점 나왔어요. 거기서 평균이 깎였어요...

괜찮다,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 열심히 한 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학원을 알아봐서 여름 방학 때부터 다니자. 무슨 자만감인지 진짜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제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영어 하나만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학은 혼자서는 버거운가 보다.

 

녀석이 그렇게 졸라서 얻어낸 휴대폰은 시험 앞두고 일찌감치 선생님께서 거둬가서 방학할 때나 주신다니 무용지물이 되었다. 산 지 열흘만엔가 빼앗긴 휴대폰이니 돌려받는 날 또 기쁨에 겨워서 어깨를 들썩이며 집안으로 들어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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