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7월의 어느 하루, 아버님 산소에 갔더니 이렇게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어머, 배롱나무 꽃이 활짝 폈네! 참 예쁘다!
그때 신정호 둘레의 배롱나무 꽃은 이제 막 한두 송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때쯤 병원에 오십견 물리치료받으러 가다 보면 도로가에도 이렇게 환하게 피어 있었다.
차 타고 가다 신호 대기할 때 한 장 찰칵.
신정호는 호숫가라 시내보다 기온이 살짝 낮은지 조금 늦게 만개했다.
벌써 8월이 되고도 열흘 남짓 흘렀다.
2주 만에 다시 찾은 신정호 둘레의 배롱나무는 한쪽에서는 벌써 조락의 기운이 흐르고,
조금 햇볕이 덜 닿는 쪽에서는 이제 막 한창이다.
이랬던 배롱나무가
이렇게 변함.
역시나 다른 쪽에서 보면 이렇게 진분홍 꽃으로 환했던 배롱나무가
2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이렇게 변했다.
꽃이 져가니 매끈매끈한 수피가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백일 동안 꽃이 피고 지며 꽃송이를 달고 있다고 해서 `목백일홍'으로도 불린다는 배롱나무가
점차로 꽃을 떨구고 초록의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배롱나무 꽃에 빠져 사진을 찍는 동안 저만치 제 갈 길을 흔들림 없이 가는 남편을 쫓아
한 장 찍고 총총 뛰어가고, 또 한 장 찍고 총총 쫓아가며 숨차게 찍어온 사진들...^^
어쩌다 멈춰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활짝 웃으며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해바라기처럼 해를 따라 도는지 한쪽으로 모두 고개를 돌리고 귀여운 뒤태를 자랑하던 연밥들
앞을 보면 영락없이 마이크처럼 생겨서 남편에게 툭 던진 한 마디.
- 마이크도 이렇게 많은데 한 곡조 뽑아봐.
-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2주 만에 보는 연밥들은 벌써 갈색빛을 띠기 시작했네.
연밭 너머 나이 지긋해 뵈는 어떤 부부가 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꼭 잡고 간다.
어쩌다 한번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더라도 땀이 차서 금방 놓게 되던데 말이다.
- 전생에 원수였나? 그래서 이생에 저렇게 손을 꼭 붙잡고 가나?
하고 남편이 농담을 던진다.
- 그럼 당신은 전생에 내게 엄청 은혜를 베풀었나? 생전 손을 안 잡게?
- 그럼. 그 은혜 다 갚을려면 아직도 멀었어.
날 더우니 더위를 먹은 건지 실없는 농담이나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호수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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