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낮의 쨍한 햇빛은 여전하지만 습기가 물러가서 그냥저냥 걸을만하길래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잠깐 돌아보았다.
벼 이삭이 패였길래 신기한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다.
이럴 땐 도시 촌년 시골 구경하기.
그렇게도 귀가 먹먹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그렇게나 열심히 끊임없이 짝을 구하기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더니
어느 땐 우리 집 방충망에까지 붙어서 큰소리로 울어재껴(가까이서 울면 정말로 어찌나 우렁찬지)
깜짝 놀라게 하던 매미가 드디어 짝을 구했나 보다.
그럼 아직까지 짝을 구하지 못하고 울어대는 녀석은 어찌한단 말이고...
매미가 물러가는 여름의 끝자락에는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가을의 시작을 알리겠지.
가뭄인지 호수마다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내고, 드러난 물가에는 죽은 붕어 몇 마리가 떠올라와 널브러져 있다.
여름 뙤약볕에 수온이 올라 견디질 못하고 죽었는지 지나치다 보면 썩은 냄새가 훅 끼치기도 한다.
공원 관리인들이 치우는 것을 본 다음날에도 또 꽤 많이 떠밀려 와서 땅 위에도 있고 물 위에도 떠 있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으니 붕어들에게도 살만한 환경이 되는 걸까.
어느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50대에게 딸이 없는 것은
다섯 살짜리에게 엄마가 없는 것과 같대."
나는 심히 격하게 공감했다.
아들만 있는 블로거의 친구가 낙담하자
- 너에게는 딸 같은 아들이 있잖아.
하고 위로하던데 어디까지나 `딸 같은'이지 `딸'은 아니잖아.
하지만 괜찮아, 내게 50대는 이제 몇 년 안 남았어, 하고 나를 위로해 본다.
60대에도 그렇게 딸이 필요하진 않을 테지, 하며......
또 하루가 저물어 갔다.
붉은 노을을 보며 산책로를 돌던 사람들이 예서 제서 노을을 사진에 담는다.
오늘 오전에는 먼 곳의 아들로부터 소식이 날아든다.
잘 있다는 아들의 소식에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흐뭇함과 행복함이 올라온다.
딸이 없어서 나는 아들 바보다. 적당한 거리 두기가 절실한 지독한 아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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