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들이 쭉쭉 나뭇가지들을 드리워 터널을 이루는
보는 순간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 아름다운 길들이 몇 번이고 이어지는 길을
굽이굽이 돌아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갔다.
이렇게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곳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을 법한 깊고 깊은 산속에 드문드문 인가가 보이더니
청학동이라 쓰여진 문을 통과하여 얼마쯤 가자 조금은 생뚱맞다 싶은 지붕이 눈에 띄었다.
푸른 학이 산 아래를 굽어보는 듯한 느낌.
청학동이라서 이름에 걸맞게 저런 조형물을 지붕에 올렸나?
삼성궁 입구.
입장료는 7000원. 볼 게 많은가보다.
삼성궁은 남편이 가보고 싶다고해서 온 곳이라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이다.
가기 전에 무어라 설명을 했지만 조금 건성으로 들었던 터라 눈앞에 펼쳐진 이채로운 풍경 앞에 입이 떡 벌어졌다.
삼성궁은 사유지이고 한 분이 50여 년 동안 이곳에서 돌을 쌓았다고 한다.
인생의 거의 전부를 이곳에다 쏟아 완성했다고 하니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외도를 가꾸신 분들이나, 천리포수목원과 베어트리파크, 이곳 삼성궁을 보면 이런 삶도 있구나 경탄스럽다.
삼성궁은 국풍(國風)인 천지화랑(天指花郞) 정신을 연마하는 구도자들의 마을이며,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이화세계(理化世界)를 실현하고자 하는 수행 도량이기도 하다.
아네모네 님 말씀대로 3월이면 삼신제를 올리고 4월엔 나물제를 지내며
가을 단풍철을 전후해서는 개천대제가 열린다고 한다.
역시나 반도 구경하지 못하고 중간에 낙오된 엄마와 만나 돌계단이 무서워 벌벌 떠는
엄마 손을 잡고 내려오는 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와 제주도에 갔을 때는 그나마 엄마가 활기찼었구나.
그동안의 무심한 세월이 엄마를 이렇게 노쇠하게 만들었구나.
< 식당 한구석에 피어 있던 백일홍. 여긴 기온이 낮아서인지 다른 곳보다 생생한 모습이다 >
삼성궁 근처 자그마한 식당에 들어서자 청학동을 유명하게 만든 김봉곤 씨의 복장을 한 주인장이 우리를 맞았다.
토속적인 음식 별로 당겨하지 않은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지만
입맛 없고 식욕 없다는 엄마가 맛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일기예보에 막 태풍이 몰려온다고 했다.
밥 먹는 중 옆 테이블의 통화내용으로 부산은 벌써 시작되어 장대비가 쏟아진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오는 길
어느 곳에는 비가 내리고 어느 곳은 젖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길이 맑은 날들이였음을 감사했다.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 길,
한없이 작고 쓸쓸해 보이는 모습에 돌아오는 차속에서 막아놓았던 봇물이 터지 듯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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