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가면 하고 벼르던 향일암에 오르기로 했다.
십여 년 전 친구들과 인터넷카페를 할 무렵 목포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닉네임이 향일암과 은적암이었다.
여수에는 향일암이 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멋지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한창 무더운 시간대에 오르는데 상당히 가팔랐다.
당연히 엄마에게는 오를 수 없는 무서운 길로 여겨졌고 할 수 없이 입구의 카페에다 엄마를 남겨 놓아야 했다.
아주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입 막고, 귀 막고, 눈 가린 불상이 세 개 있다.
불언(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배워 익혀야 하리.
불이(不聞, 불문)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
등용문이 나오고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난다.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는 불이문 또는 해탈문이라고 하는데 통과하는 기분이 재밌다.
원통보전 앞에는 사람이 많아 사진 찍기 힘들다.
천수 관음전도 보고
천수관음전 앞에 서서 밑을 내려다보니 배들이 지나다닌다.
습도가 높아 수평선은 뭉개져 보이고.
남쪽에는 후박나무가 참 많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길도 있다.
시원한 약수도 한 바가지 들이키고...
내려올 때는 가파른 언덕길 쪽으로 내려왔다.
길 양쪽으로 김치가게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여수의 명물인 돌갓 김치 외에도 알타리, 배추, 파김치 등을 담그고 있다.
막 담근 김치들을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내려올 때면 아찔한 경사도에 내 몸이 다 움찔해진다.
겨울엔 어떡하나? 이곳은 눈이 잘 오지 않을까?
카페에 들어서니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이고, 먼 곳까지 구경 와서 지루하게 카페에나 앉아 있어야 하다니...
아쉬운 대로 주차장 위 광장에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바다만 보면 좋아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여수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오전에 갔던 오동도.
오동동타령을 흥얼거리며 방파제 옆을 걸어 오동도로 갔다.
밑으로 자전거 도로도 있고, 동백열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엄마는 젊었을 적 친구분들과 다녀간 곳이고 더군다나 때를 잘 맞춰 동백꽃이 만발할 때 와서 흡족하게 구경했으니
우리만 돌고 오라 하셨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여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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