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새로 생긴 전원주택단지 진입로는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태다.
새로 지은 집을 구경하다가 돌아서 내려오는 길 멀리 황산이 보이는 풍경이 괜찮다.
그 풍경 때문에 이곳에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섰나?
이 근처 어디쯤 밭에 냉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캐고 싶은 욕구가 불쑥 솟았다.
지난번 대보름 즈음에 냉이 캐러 갔다가 캐지 못한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어딘가에 남아 있는지 길을 걸으면서도 발밑에 혹시나 냉이가 있나만 살피게 된다.
그때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그 얘기를 올렸더니 한 친구가
엄동설한에 냉이 캐러 간 OO라고 하며 웃어서 나도 이따금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서 그 욕구를 풀기 위해 토요일엔 시댁에 가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냉이 찾아 3만 리.
호미 하나 들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냉이를 찾아 멀리까지 갔다가 겨우 발견하고
한 소쿠리 캐서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동네 사람에게 이거 냉이 맞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아마도 황새냉이와 다닥냉이 두 종류의 어린 나물을 내가 캔 것 같은데
남편은 반신반의하며 냉이 아니라 하고 동네 이웃은 모두 냉이가 맞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야호! 를 외치게 되었다.
당장 다듬고 잘 씻어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에 된장 조금 고추장 조금
마늘 깨 참기름에 무쳤더니 어찌나 맛나던지.
일요일에 시댁에 다니러 온 동서네도 잘 먹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냉이에 충족되지 않았다.
아~~~ 냉이 캐고 싶어라~~~!!!
이곳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들길은 사실 인적이 드물다.
중형견 두 마리 데리고 산책하던 부부가 마주 오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아주 인적이 드물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나밸리 부속 건물인 디바인 밸리 앞을 지나치는데
저 여인상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 대로를 쳐다보고 있게 만들었네.
저녁엔 친한 언니가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는 굴밥을 먹으러 갔다.
내 입맛엔 그럭저럭. 돌솥 바닥에 누른 누룽지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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