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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느긋하게

자박자박 느긋하게 산책하기

by 눈부신햇살* 2025. 3. 1.

 
2월 26일
 

헬스장 트레드밀에서 걷다 보면 창문 너머 멀리 남산자락 안에 자그마한 사찰이 눈에 뜨이곤 하였다.
어느 날엔 문득 그곳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절 풍경도 궁금하였고,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그곳에서 내려다볼 풍경도 궁금하였다.
 
나는 범생이 같다는 소리를 이따금 듣는 중에 놀라곤 하는데
무엇을 하든 거기에서 잘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풍기나 보다.
헬스장에선 올해 81세이신 어르신께서 내게 100년 운동할 것을 한꺼번에 하는 것처럼 한다는 평을 주셨다.
어찌나 열심히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지 그 힘참이 부럽다고도 하셨다.
반대로 나는 81세에도 그렇게 꾸준히 헬스장을 오실 수 있는 건강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성실해 보이는 나란 사람이 운동도 빼먹지 않고 날이면 날마다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살살 꾀가 날 때도 많다. 그럴 때면 나는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
몸이라도 건강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널브러지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곤 한다.
운동은 영혼도 건강하고 밝게 만든다고 하니까.
 
이 날도 운동 가겠다고 집을 나섰다가 가는 도중에 벌써 운동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세탁소에 먼저 들린 후 또 운동을 할까 말까 망설임 끝에
그냥 차를 돌려 집으로 오다가 빵 생각이 나서 빵집에 들러 빵을 사 와
햇살 드는 소파에서 뭉개며 또다시 이따가 오후에 운동 갈까 말까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또 오후가 되자 슬슬 운동 가기 싫어지는 마음이 뭉게뭉게 올라오길래
그냥 그동안 궁금해했던 곳이나 산책 삼아 둘러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구도심 쪽으로 갈 때면 늘 주차하는 근린공원 밑에 차를 놓고 자박자박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남산 밑 구 용화동 쪽이다.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에서 내려다볼 때는 쉽게 찾을 것 같았는데 생각과 달리 집들이 제법 많은 큰 동네여서
보각사 쪽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다가 할 수 없이 내비를 켰다.
그런데 내비는 길이 없을 것 같은 곳을 가리키며 나더러 올라가란다.
속는 셈 치고 올라갔더니 막힌 골목이었다.
할 수 없이 어느 가게에 들어가 입구를 물어보았다.
 

드디어 보각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며 내가 상상했던 절 풍경과는 꽤 거리가 있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저 펜스 쳐놓은 데까지가 다 용화체육공원이 조성될 부지인가 보다.
 

불상도 없고 석탑도 없는 아주 자그마한 사찰이었다.
이쯤에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참 쓸데없이 호기심은 많아 가지고 여기까지 왔네......ㅠㅠ
 

뒤돌아 길을 내려온다.
 

 

온양 시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렇지만 사진엔 고작 이렇게 밖에 안 담기네.
 

뭐 하는 곳인데 예약제일까? 한정식집?
 

 
 
집으로 돌아와 조금 있으니 퇴근해 온 남편이 오늘은 일찌감치 신정호에 가잔다.
나는 벌써 한바탕 걸어서 이미 7천 보 가량 찍혔지만 또 걷기로 하였다.

 

둘레길 걷기에서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된 흰뺨검둥오리들이 호수 위에 둥둥 떠 있고,
 

탐조단 활동을 하시는 두 쌤이 탐조를 나갔는지 10만 마리 정도의 가창오리 떼가
송악에서 온양 시내 쪽으로 넘어간다고 연신 사진과 소식이 둘레길 걷기 단톡방에 올라왔다.
예산 예당저수지에 가셨다는 분이 예당저수지엔 가창오리 떼가 역대급이란다.
그렇다면 평상시에 볼 수 없는 호수 위의  저 많은 새떼들은 송악에서 온양 시내 쪽으로 넘어가는 도중
가창오리 떼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그 가창오리들의 일부인가?
호수를 돌아 저편으로 갔을 때는 벌써 저 새무리들은 없어져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나도 지난해 3월 짧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가창오리 떼의 군무를 예당저수지에서 보았었다.
하지만 남편은 기억에 없다고 해서 `우리도'가 아닌 `나도'로 표현한다.
 

어제 송악에서 M쌤이 보았다는 가창오리 떼.
 

바람이 잔잔해 호수 수면이 거울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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