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공휴일 많은 시월

by 눈부신햇살* 2024. 10. 10.

올해 10월 1일 국군의날까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남편의 쉬는 날이 많았다.
하루 쉬고 일하고 또 하루 쉬고 일하고, 하루 일하고 다시 이틀 쉬고, 이틀 일하고 다시 쉬고.
남편에겐 꿀맛 같은 휴가겠지만, 아니 나도 남편이 쉬어서 좋긴 하지만.........서도 말이야,
끼니마다 밥 챙겨주기가.......ㅎㅎㅎ
 
오전에 아침 대용식을 먹으면서 벌써 오늘 점심 메뉴는 뭐냐고 물어보고,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저녁 메뉴는 뭐냐고 물어본다.
이거 너무나 익숙한 행동과 말인데 뭐지? 그러다 슬몃 웃음이 나온다.
예전에 우리 아들들이 곧잘 그랬다. 아침 먹으면서 오늘 점심은 뭐예요?
점심 먹으면서 오늘 저녁은 뭐예요?(아이 때부터 존댓말을 썼던 관계로)
아이들이 듣고서 가장 실망하던 메뉴는 항상 단연코 "소박한 밥상!".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에이~~~!!!" 하던 날들.
 
휴일 점심으론 잔치국수, 파스타, 김치볶음밥을 만들다가
어느 하루엔 신창면의 차돌비빔국수를 먹으러 갔었고,
저녁은 국수만큼이나 고기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고기반찬과 샐러드, 나물, 
고래사어묵탕 맛이 나는 어묵국도 끓이다가 어제는 나의 약간의 투덜거림에
지나다니다 보면 만날 문전성시를 이루는 집 근처 식당에 처음으로 밥 먹으러 갔다.
 

왜 문전성시를 이루는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게다가 옆 집의 짬뽕집과 똑같이 막걸리도 무료 제공이다.
같은 곳에서 주문해 오나 생각 들게끔 막걸리 맛도 비슷하다.
아산엔 음봉막걸리와 신창막걸리가 유명하단다.
남편은 운전을 해야 해서 나 혼자 노란 알루미늄 잔으로 두 잔 마셨다. 
낮술이라 빨리 취기가 돌았다.
 

맛집이어서인지 웨이팅은 필수였는데 번호표 뽑아 들고 순서 기다리며 어슬렁거리다가 
식당 옆에 이제 막 문 열려고 한창 준비 중인 가게를 기웃거렸더니 구경해도 된다고 해서 들어가 보았다.
`작은북유럽'이란 이름의 가게였는데 진열된 물건들 중엔 그릇이 가장 많았다.
 
그중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보게 되는 입구 쪽에 진열된 이 그릇이 눈길을 확 끌었다.
샐러드나 파스타, 또는 고기볶음 같은 것을 담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예쁘다고 감탄하며 보고 있었더니 갑자기 남편이 사주겠단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어 놀란 토끼눈을 하고 그러면서도 입가로 번지는  미소는 숨기지 못한 채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응? 뭔 일이래? 나는 그냥 구경만 하는 건데? 이거 꽤 비쌀 텐데?
 

남편이 거금 들여 선뜻 사준 그릇의 뒤쪽 옆면 또한 테두리를 따라 이렇게 푸른색으로 잎사귀가 그려져 있다.
보기보단 묵직한 무게감도 있고 생김새며 무늬며 색깔이며 마음에 꼭 들어!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개업 하기도 전에 물건을 팔게 되니 기분 좋아지신 사장님께서
한 장에 4천 원짜리라는 행주도 두 장 서비스로 주고, 그릇도 할인해 줬다.
부부가 함께 오면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릇을 왜 또 사냐고 핀잔을 준다면서
선뜻 사주는 아주 멋진 남편이라는 칭찬도 한아름 함께 안겨주었다.
.
.
.
.
.
.
예...... 자랑 맞습니다. 맞고요......
 

기분 째진 저는 발걸음도 가볍게 신정호를 걸었고요,
남편은 돌아와서 어쩐지 많이 피곤하다 하더군요......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걷는다  (14) 2024.10.30
시월의 어느 날에  (0) 2024.10.14
10월 첫 주엔  (0) 2024.10.07
조금 더 도심 속으로  (28) 2024.10.03
추석  (30) 2024.09.19

댓글